최근 5년간 R41.8 코드 환자 57% 급증…9세 이하 3배, 10대도 2배 이상 늘어나 실태 조사 부재 문제 지적
최근 5년간 ‘기타 인지·자각 관련 증상(R41.8)’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가 18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9세 이하 연령층의 환자 수는 2020년과 비교해 지난해 약 3배(2.98배)로 뛰었으며, 전체 연령대의 평균 증가율 1.57배를 훨씬 웃돌았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보건복지위원회, 비례대표)이 제출받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에 따르면, R41.8 코드를 주상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0년 2만 5,991명에서 지난해 4만 842명으로 약 57% 증가했다.
유아·아동기(0~9세)와 10대(10~19세)의 환자 증가율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10대 환자 수도 같은 기간 2배 이상(2.4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R코드는 의료기관이 진료비 청구 시 기입하는 상병 코드로, 주로 진단이 명확하지 않거나 증상이 미확정 상태인 경우 활용된다.
R41.8 코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기준에 따라 ‘인지 기능 및 자각과 관련된 기타 상세 불명의 증상과 징후’를 나타내며, 인지능력 저하, 집중력 부족 등과 함께 경계선 지적기능(R41.83)도 포함된다.
다만, 경계선 지적기능을 별도로 통계 분류하지 않아 관련 환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일부 환자의 경우 실제로 경계선 지적기능이 의심돼 검사를 받더라도, ADHD나 우울증 등 다른 진단이 우선시되면 보험 청구에는 해당 질환 코드만 기입되는 경우도 많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정신분과 홍순범 교수는 “보험 청구용 코드는 의료 판단의 일부만 반영하며 행정 절차를 위한 기록”이라면서 “진단이 애매모호하거나 유보될 때 R코드를 사용하는 일이 일반적이라 이를 토대로 실제 환자 수를 추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병원 외의 검사 결과는 해당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점도 환자 수 파악에 어려움을 더한다.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밈센터) 심은진 팀장은 “센터에 제출된 심리검사지는 대체로 병원 검사가 많으나, 심리상담센터나 밈센터 자체 선별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교육청 차원에서 경계선 지적 기능 학생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산시의회 김형철 의원은 지난 4일 제332회 정례회에서 “경계선지능 학생 모두가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기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와 교육청 파악 학생 현황 간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별 진단 인프라 편차도 환자 집계에 영향을 미친다.
홍 교수는 “특정 지역에 경계선 지능 아동이 있어도 진단 가능한 전문의가 부족하면 집계되지 않을 수 있어, 의료 코드 기반 통계는 실제 환자 규모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환자 수가 증가한 현상에 대해 홍순범 교수는 “집계 수치의 증가는 곧바로 인지기능 저하 인구 증가로 해석할 수 없으며, 경계선 지적기능에 대한 관심과 진단 활동 확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만으로 경계선 지적기능 인구 전체 규모를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의료 체계 내 진료 변화 동향은 향후 정책 수립을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로 평가된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지원법’ 입법 공청회에서도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는 지원 체계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 재차 강조되었으며, 국가 차원의 조사 및 분류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다.
서미화 의원은 “경계선지능인 지원의 핵심은 ‘장애인정’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가가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의료, 교육, 고용, 복지 정보를 통합해 연계하는 지원 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