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이번 총선에서는 경선에서 승리하고도 낙마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과거 언행이 문제가 되어 구설에 오르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 정당들의 후보자 선정이 막바지까지 진통에 진통을 거듭했다. 총선이 국민의 심판대라는 점에서 국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새다. 성범죄변호 논란과 관련해 자진 사퇴의 이유로 등장한 표현이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서다. 또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맞는다는 표현도 나왔다. 이른바 5.18 발언과 관련 대구지역의 후보자 공천이 취소되었고 10여 년 전의 막말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되는 부산지역 후보자도 나왔다.

공직자 후보로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정서에 반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만시지탄이지만 정도를 가리는 당의 결단이라는 평가로 당위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종북 반미논란에 휩싸인 비례대표 1번 순위자도 결국 자진해서 사퇴해야 했다. 목발 지뢰 막말과 거짓 사과 후보자도 공천이 취소됐다. 잇따르는 자진 사퇴와 공천취소의 핵심은 곧 국민 눈높이로 봤을 때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자칫 총선 판도를 뒤바꿀 수 있어 부랴부랴 상응한 조치가 수반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제22대 총선 낙마자들의 막말 파문과 행각은 한결같이 모두 과거의 언행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생각하지 않고 후보 검증을 부실하게 한 각 정당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후보를 한곳에서 두 번씩이나 바꾸면서도 국민 눈높이 타령으로 두루뭉술 넘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다 보니까 실제 충격적인 등록 후보자들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22일 제22대 총선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34.8%가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오후 7시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 686명 후보 중 전과 기록을 제출한 후보는 무려 239명이었다. 3명 중 한 명꼴이다. 참으로 가관인 것은 전과 4범, 5범, 6범, 7범에서부터 심지어 최다 전과 보유자는 11범을 신고한 후보자도 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92명, 국민의힘은 55명으로 나타났다. 개혁신당 17명, 진보당 15명, 새로운미래 13명, 녹색정의당 8명이 전과자였다. 이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자들을 내세운 것인지 각 정당은 답을 해야 한다.

부실 검증으로 공천취소와 자진 사퇴가 잇따랐던 이번 후보자 공천과정이 말로만 국민 눈높이지 기실 등록 결과는 전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바로 보여주고 있다. 과연 유권자인 국민에게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인물들이 공정한 공천을 포장한 정당의 후보 검증 시스템을 거쳐 국민 앞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표리부동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낙마 후보자들은 희생양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공천이 취소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자들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총선은 3명 중 한 명꼴로 전과자 후보자들의 오명을 안고 치러지게 되어 실망감이 매우 크다. 참으로 혼란스러운 총선 판도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보여줄 때가 온 듯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총선을 표방한다면 각 정당은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정정당당한 선거전을 펼쳐야 한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거짓 공약을 남발하고 쌈판 선거전을 펼친다면 그 피해자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전인수식, 돈키호테식 기이한 언행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선거전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부정선거와 불법 선거를 배척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세력의 준동으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이 내세우는 논리를 살펴볼 때도 매우 중차대한 선거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는 엄청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정치의 안정화와 민주 질서 회복에 매우 중대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긍정적 대결보다는 자칫 좌와 우의 극단적인 이념대결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정당의 모순적인 행태를 바로잡는 해법은 이제 국민의 몫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전과자를 검증된 인물로 내세우는 정당의 표리부동한 정치 행각은 이제 총선의 심판대에 올랐다. 과연 누가 올바른 후보이고 인물인지 국민 눈높이로 가려내야 한다. 유권자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정당이나 부적절한 후보자들은 준엄하게 심판받아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어김없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28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펼쳐지면 그 실체가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부화뇌동하거나 편협한 자세를 벗어나 관조적 자세로 총선을 관망하며 올바른 일꾼이 누구인지 잘 가려내야 한다. 풀어내야 할 산적한 난제가 너무나 많다.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참된 일꾼이 선택받는 총선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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