劍칼검 號이름 호 巨클거 闕대궐 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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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검名劍은 거궐巨闕이 이름났고



거궐巨闕은 보검으로 유명한데 옛날 구야자歐冶子라는 사람이 주조 한 것이라고 전한다.
‘검호거궐劍號巨闕’이라는 시구에서도 인류의 슬픈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역사는 혈서로만 기록된다는 사실을 진하게 느끼게 한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역대의 영웅호걸이라 하는 전쟁광들이 가지고 설치 던 게 검이 아닌가?
고대 사기史記에서나 무협지에서 숱하게 등장하는 호걸들의 칼솜씨를 보았을 것이다. 역대 사기史記는 거의 칼을잘 써서 사람을 많이 죽 이고 남의 대궐을 빼앗은 얘기이다.
권좌와 궁궐을 빼앗은 그것이 명 검의 칼이든 대포든 핵무기든 사람을 더 많이 죽이고 제국을 통치했다는 대도들의 전과 기록에는 고금이 없다.
이 나라 근세 정치사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시대가 만든 이데올로기 자유민주주의라는 명검名劍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는가? 그들의 싸늘한 묘지 위에 권위자들이 헌화한 숱한 조화들의 이름을 필자 는 검호거궐화劍號巨闕花라고 부른다. 이것이 추한 인류 역사가 만든 명검名劍의 얘기이다.
역사는 전쟁사이다. 근세의 명검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사상의 검이다. 사람을 죽이는 칼에는 세 가지가 있다는 공자 말씀이 생각난다.

공자께서 외출했다가 밤이 이슥해서야 돌아왔다. 내실로 들어오자 공자는 많은 제자들 중에서 하필이면 자로子路를 불렀다. 공자는 자로에게 샘에 가서 물 좀 떠 오라고 하였다. 자로는 스승이 좀 야속하게
생각되었다. 힘든 심부름은 자신에게만 시키는 것 같은 스승님의 처사에 마음이 상했다. 속으로는 투덜거리며 캄캄한 샘 가로 더듬어 갔다.
그런데 허리를 굽혀 물을 떠 물통에 퍼 담으려는데 무엇이 상투를 냅다 치는 것이 아닌가? 심사도 불편하던 터에 어찌나 화가 치미는지 번개같이 그 무엇을 낚아채었다. 묵직한 것이 한 손아귀에 꽉 잡히었다.
그것을 빙빙 몇 바퀴 돌리는데 그 무엇이 쑥 빠지면서 괴성을 지르며 혼비백산 도망을 쳤다.
다름 아닌 호랑이였다. 손아귀에는 호랑이가 주고 간 좋은 선물이 들려 있었다. 자로는 생각할수록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은 자신의 괴력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그 호랑이 꼬리를 품속에 꼭 감추고는, 스승님이 만약 내가 맨주먹으로 호랑이 잡은 것을 아신다면 얼마나 놀라워하실까 생각하며 스승님께 물 한 대접을 받들어 올렸다. 물그릇을 받아 조용히 드시는 스승의 표정을 살피며 자로가 넌지시 물었다.

“스승님, 대인은 호랑이를 어떻게 잡습니까?”
공자께서“호랑이의 귀를 잡느니라.”하면서 빙그레 미소 짓는 모습이 어쩐지 무엇을 다 아시는 것 같아서 자로는 말미를 감추려고 하는 데 공자께서는,
“왜 중인中人과 소인小人은 호랑이를 어떻게 잡느냐고 묻지 않는고?”하신다. 자로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그만 밖으로 뛰어 나오고 말았다.
또 어느 날 자로가 밖에 나갔다가 회상으로 돌아오는 길에 날쌘 젊은 도적이 남의 물건을 훔쳐 가지고 도망을 치는 것을 보았다. 동리 사람들이 있는 힘을 다해 그 도적을 뒤쫓고 있는 모양을 본 자로가 돌멩이를 하나 던진 것이 정통으로 도적의 뒤통수를 맞추었다. 졸지에 도적은 기절을 하고 말았다. 자로는 돌멩이 하나로 멀리 도망가는 도적을 잡은 일이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회상으로 돌아오는 즉시 공자께 여쭈었다.

“소인小人은 사람을 어떻게 잡습니까?”
“돌멩이로 잡느니라.”
“그러면 중인中人은 어떻게 사람을 잡습니까?”
“필검筆劍으로 잡느니라.”
“그러면 대인大人은 어떻게 사람을 죽입니까?”
“설검舌劍으로 잡느니라.”
자로는 스승님의 앞에 무릎 꿇어 절하면서, 전날에 잡은 호랑이의 꼬리와 돌멩이 하나를 앞에 놓고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 근세사에서 권좌를 놓고 아귀다툼하는 정치 투쟁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민중의 붉은 설검으로 무장 한 대권주자들의 참혹한 혈전을 보고 들으면서 다 늙어 버렸다.
그래서 한없이 울었다.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미래의 이 나라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은 전통 윤리를 추상같이 몸으로 실천하면서 그 전통 윤 리에 뿌리를 내린 국법으로 혼돈된 세상을 엄히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제는 권모술수라는 추한 정치 역사는 저 멀리 역사의 뒤안길로 보 내야 한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란 정치 지도자와 행정 지도자들이 민 중의 참신한 종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민중의 분노 의 설검舌劍이 그들의 목을 칠 것이다. 주흥사가 말세의 정치 지도자들 에게 경고하는 메시지가 바로 검호거궐劍號巨闕인 줄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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