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안의 생



유골의 추스름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은 체험
그분은 신장이 무척 크셨나보다
육체와 영혼은
백여 년이 흘렀어도
분리될 수 없는지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할아버지는
그분의 생전 이야기를 주섬주섬
건져 올리셨다
좋은 것, 맛난 것에 혀를 굴리며
쓴 것, 캄캄한 곳에 등을 돌리던
아름다움의 집착인 육체는 사라지고
요점 정리한 듯 남아 있는 뼈들을 본다
자라나는 소나무의 그늘에
봉분 속 기억은 조금씩 지워질 것이고
봉분 위에 새로 집 지은
잔디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허공에 몸 흔들며 살아가겠지만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원형대로 누워 있는
유골 앞에서 성호를 긋고 있는 나는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씹히지 않는 생을 살고자 엄숙해지며
가쁜 심호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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