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주요 원인은 선박의 복원성 상실…치사율은 겨울철, 근해어업선 높아

최근 5년간 선박 전복 사고의 절반 이상이 어선에서 발생한 가운데, 올해는 가을장마 속 태풍 등 예년과 다른 날씨 변화가 예보돼 조업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7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사장 김준석)이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발생한 전복 사고 선박 척 수는 총 480척으로 10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전체 해양사고 건수 총 1만 5,997척에서 전복 사고 비율은 약 3%에 불과하나, 사망‧실종자는 전체의 20%에 달했다. 계절별로는 성어기를 맞아 어선의 조업 활동이 늘어나는 가을(9~11월)에 가장 빈번히 발생했으나**, 사고 치사율은 해수온이 낮아지는 겨울(12~2월)이 가을보다 약 1.9배 높았다.

선종별로는 전복 사고의 절반 이상인 58.8%(282척)가 어선에서 발생했다. 어선 중에서도 연안어업선이 63.1%(178척)로 가장 자주 발생*했으나, 치사율은 근해어업선**이 사고 선박 1척당 2.16명으로 가장 높았다.

분석 결과 근해어업선 전복 사고의 높은 치사율은 원거리 조업과 나쁜 기상 상황이 ‘구조 골든타임’을 늦췄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통상 근해어업선은 육지에서 사고 발생 해역까지 거리가 다른 선박보다 약 6.4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많은 어선 전복 사고가 풍랑경보 등 기상특보가 발효된 해상에서 과도한 적재로 선박의 복원력*이 저하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내부자료에 따르면 선박 한 척당 평균 최대승선인원도 근해어업선(약 10.84명)이 연안어업선(약 5.09명)보다 약 2배나 많다. 같은 사고라도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은 근해어업선에서 더 높아지는 것이다. 예로 지난 2월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전복된 근해통발어선 사고로 9명이 한꺼번에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최근 5년간 어선 전복 사고는 3월과 10월에 전체 평균보다 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인명피해 규모도 컸다. 계절별로는 전체 선박 전복사고와 동일하게 가을(9~11월)에 가장 빈번히 발생했으나, 사고 치사율은 해수온이 낮아지는 겨울(12~2월)이 높았다.

어선 다음으로 전복 사고가 많은 선종은 수상레저기구 34.6%(166척), 일반선 6.7%(32척) 순으로 집계됐다. 이중 수상레저기구는 해양레저 성수기인 6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가을철에 가장 많은 사고가 났다. 인명피해도 가을철에 가장 많았다.

최근 5년간 전복 사고 사망‧실종자는 총톤수 20톤 미만 소형 선박에서 더 자주 발생했다.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의 지리정보시스템(GIS) 분석 결과, 전복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다발 해역은 ▲보령~군산 ▲창원~부산 인근 해상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해양사고 재결서 2,330건에서 전복 사고와 관련된 단어들의 빈도수를 세어 상위 키워드를 산출한 결과, 전복 사고의 환경적 요인으로는 ▲횡경사(선박이 가로로 기울어진 정도) ▲복원성(바다 위 선박이 기울어지지 않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는 힘)의 상실 ▲기상 악화 등이 두드러졌다. 인적 요인으로는 ▲적재 불량 ▲부적절 ▲관리소홀 등이 자주 언급됐다.

공단은 전복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어선 전복 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 9월 1일부터 어업 현장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어획물 적재 가이드’를 어선별로 제작해 보급 중이다. 가이드를 통해 어획물, 어구 등의 적재 중량과 선박에 화물을 최대한 실을 수 있는 한계를 표시한 ‘만재흘수선(건현)’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 공단은 전복 사고 예방을 위해 ▲조업 시 과적 및 과승 금물 ▲출항 전 기상예보 확인 ▲출항 후에도 날씨가 악화하면 신속히 피항 ▲갑판 위 화물이나 어획물은 단단히 고정할 것 ▲만선, 만재 시에는 급선회 자제 등을 당부했다.

아울러,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활용해 시기별 전복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해역*을 미리 파악하고, 항행 경보와 기상 특보, 실시간 해상 교통상황**도 알 수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김준석 이사장은 “전복 사고는 일반적인 기관 고장, 침몰 등에 비해 배가 빠르게 가라앉아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복 사고 위험이 커지는 가을과 겨울철을 앞두고 조업 현장에서는 공단의 ‘어획물 적재 가이드’ 등을 활용해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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