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석 국립대전현충원 관리과 주무관

동전과 지폐를 벗어나 주로 카드를 쓰고 있는 요즘, 동전은 서랍이나 자동차 키박스 어딘가에 놓여진 체 잊혀진 존재가 되고 있다. 과연 현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1원짜리 동전에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알까? 1원짜리 동전에는 무궁화가, 5원짜리 동전에는 거북선이, 10원짜리 동전에는 다보탑이, 100원짜리 동전에는 이순신 장군이 새겨져 있다.

동전에 새겨진 무궁화나 어쩌면 거리 곳곳에 심어져 있는 무궁화나 비슷한 면이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치장하지 않으며 대한민국 동전의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자연 환경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무궁화는 법이나 제도에도 등재되지 않았지만 온 국민이 인정한 국화(國花)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겠지만 8월에 ‘무궁화의 날’이 있다. 무궁화의 날은 8월 8일로 2007년에 무궁화가 나라꽃임을 알리기 위해 민간단체 주도로 정해졌다고 한다. 옆으로 누운 8자가 무한대(∞)의 무궁(無窮)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8월 8일로 제정했다. 애국가도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으로 시작한다.

“피도 대한 뼈도 대한, 살아 대한 죽어 대한, 어두웠던 방방곡곡 독립만세 진동하네. 삼천만민 합심하여 결사독립 맹세하세.”라고 직접 지은 독립가를 부르시던 리정근 선생. “나는 대한민국의 개가 될지언정 너희 나라 신민이 되지 않겠노라”라고 호통 치시던 이경호 선생.

“일제 말발굽에 짓밟힌 나라를 찾으러 동분서주 동지 모아 군자금 모아드리고 이 한몸 다 바쳐 일본 군부 쳐부수려 했는데 뜻을 같이한 동지와 함께 투옥되니 한 많은 젊은 인생 웃으며 가리라”라는 옥중편지를 쓰신 오석완 선생, “시신은 찾지 못할 것이니라”며 목숨 걸어 의거하면서 “조국이 있는 한 일본의 침략을 경계하지 않을 수 있으랴!”라는 유언을 남기신 김수담 선생 등

일제 강점기, 암흑에 휩싸인 나라를 밝히기 위해 불꽃처럼 살다가 호국의 언덕에 무궁화로 곱게 피어난 순국선열들이다. 추모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보훈정신의 심장인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국가를 자신의 안위보다 가족보다 더 사랑했던 애국지사와 순국선열이 영면해 계신다. 우리는 ‘순국선열’이란 뜻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순국선열이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국권침탈에 반대하여 독립을 위해 항거하다 옥사・피살・자결・전사 등으로 순국하신 분들을 가리킨다.

오늘날 자유와 평화가 넘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란 아름드리 나무가 푸르른 잎을 하늘 높이 피워내고 있음은 이분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독립이란 자양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1원짜리 동전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듯이, 작열하는 8월의 태양아래 꽃을 피우는 무궁화가 가로수로써 출근길에 만발하듯이 대한민국은 무궁화와 함께 삼천리 화려강산을 이룰 것이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조국광복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애국지사와 순국선열들을 추모하기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의 애국지사 묘역에 모여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불러보자.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바쳐보자. 국가와 자신을 위해 어떤 꿈을 꾸고 이 땅을 자랑스럽게 가꿀지 고민하는 경건한 시간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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