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병무청 차장

병무청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하면서, 일상에서도 업무와 관련 지어서 생각하는 습관이 배어들었다. 얼마 전 휴식차 찾은 불국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경내의 대웅전을 바치고 있는 기둥들을 보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떠올랐다.

본채 외곽에 있는 평주, 모서리에 있는 우주, 측벽 중앙에 있는 어미기둥 등 생긴 모양도, 위치한 자리도 다양한 기둥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건물을 받치고 있었다. 그렇게 묵묵히 견디며 큰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버팀목 역할을 다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흔히들 ‘병역의무를 이행한다’하면 현역병들을 생각하지만,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전국에서 5만5천여명의 사회복무요원들이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환경안전 등 각자의 위치에서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소집 전의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면, 매년 약 3만명 내외의 청년들이 새로 배정되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렇듯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사회적 약자를 살피고, 공공서비스 분야 일선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에도 사회복무요원이 ‘음주운전 역주행’ 차량을 경찰에 신고한 뒤 그 차량을 추적해 만취 운전자를 검거하는 것까지 도와 시민의 안전을 지킨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병무청은 이와 같은 사회복무요원들의 활약상을 모아 국민들에게 소개하여 자긍심을 주기 위해 매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집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를 펴내고 있다. 수기집은 희생과 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의 복무 중 실제로 체험한 사례와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하철역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은 직원들과 함께 취객들을 상대하고 불만 민원에 부딪히는 힘든 일상이지만, 매일 CCTV를 통해서 지하철 이용고객의 안전을 살피고, 일요일마다 미사를 가는 시각장애인의 환승을 도우면서 사회복무요원이 아니었다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을 하고 있다며 담담하게 소회를 적고 있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식사보조,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사회복무요원은 한 어르신의 갑작스런 영정 사진촬영 부탁을 받고, 영화촬영 전공을 살려 마치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는 것처럼 어르신의 얼굴을 밝고 환하게 카메라에 담아 드렸다. 수기를 통해 어르신에게 건네드린 것은 영정사진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학교의 졸업사진에 비유하며 마지막 졸업사진을 제 손으로 찍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청년이 아닌가!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은 추운 겨울 눈을 치우면서도 병무청에서 표창으로 받은 상금과 자비를 보태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여 민원인에게 설렘과 포근한 선물을 안겨 주었다. 이 청년은 “복무를 하면서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니, 생기와 목표가 생겼다. 다른 사회복무요원들도 복무하면서 저마다의 의미를 담았으면 좋겠다.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 무게는 스스로 부여하기 나름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짧은 충고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체험수기를 모두 소개할 수 없지만, 이토록 많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주어진 병역의무를 다하면서 묵묵히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처럼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건물의 기둥들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평소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듯, 우리 사회의 큰 기둥 중 하나인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어려움과 부족함이 있는지 찾아내어 개선하고, 복무 후에도 건강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도 사회복무요원들이 존중받고 자긍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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