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병무청 차장

중국의 고전인 열국지에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한번 입은 은혜는 반드시 갚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딸을 구해준 장군이 전쟁에서 위기에 처하자 딸의 아버지가 전쟁터에 있는 풀을 묶어서 적군의 말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장군의 목숨을 구해준 이야기를 말한다.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남성은 병역의무를 지고, 병무청은 병역법에 근거하여 공정한 병역의무 부과 행정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의무자들 덕분에 국가와 국민은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 이제부터는 50여 년 동안 쌓아온 병역자료를 국민들을 위해 사용하는 결초보은의 행정서비스에도 노력하려 한다.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지능정보 시대에 공공기관의 데이터는 국가 경쟁력 향상과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수집된 공공데이터는 국가 전 영역에 걸쳐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현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전략적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병무청에서는 의무자들의 병역판정검사 과정에서 축적된 다양한 대용량 데이터를 간염·간암 및 잠복결핵 유병률 연구 등과 같이 공익목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그 외에 71종의 다양한 병역정보를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병역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개발해서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 병적증명서 등과 같이 병무청에 있는 다양한 본인정보를 전자지갑,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을 통해 본인에게 돌려주고 있다. 취업 등 각종 증빙서류가 필요한 경우 방문 없이 발급과 제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공공데이터를 공공기관에서 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염려사항이 있다. 첫째는 데이터 개방 및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다.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동시에 데이터 보안의 중요성도 높아지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병무청에서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 ‘데이터안심구역’을 통하도록 하여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고, 자체적으로도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비식별화 장치를 통해 사고위험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둘째로는 실질적인 데이터 활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용자가 필요한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데이터의 융복합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병무청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매년 국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여 민간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산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간담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현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공공데이터의 연결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병무청도 이 목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년에는 공공데이터 활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토대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결초보은에 담긴 이야기에는 은혜를 베푼 사람과 갚은 사람 모두 소중한 것을 지켜낼 수 있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정책 역시 병역의무자와 병무청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병무청은 양질의 데이터를 개방하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각종 연구와 민간차원의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선도적으로 지원하는 등 데이터 활용에 힘써서, 정부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기조에 적극 동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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