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병무청 차장

지난 해 SBS에서 ‘가디언즈 오브 툰드라’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혹독한 시베리아 추위 속에서 활기차게 살아가는 네네츠족의 유목문화를 보여준 2010년 ‘최후의 툰드라’의 후속작이다. 툰드라는 나무가 없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북극 아래 연안 지역의 영구 동토(凍土)를 말한다. 겨울 평균기온 영하 60도로 여름에도 토양이 녹지 않고 1년 내내 땅이 얼어있는 곳이다. ‘최후의 툰드라’는 순록의 먹이인 이끼를 따라 천막을 옮겨 지으며 살아가는 설원 속 유목민의 삶을 평화롭게 그려낸 명작이다.

그 후 십여 년이 지난 툰드라의 풍경이 달라졌다. 영구 동토라는 말이 무색하게 툰드라가 녹고 있다. 이로 인해 툰드라 속에 묻혀있던 탄저균이 대기로 노출돼 순록을 몰살시키고, 내장된 천연가스 방출로 곳곳에 씽크홀이 생겨났다. 매립된 천연가스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따뜻해진 툰드라에 순록의 먹이가 없어지고, 눈이 없는 땅에서 썰매를 끌 수 없어 유목민의 이동은 어려워졌다. 독일 알프레드베게너 연구소의 극지해양연구센터에서는 향후 500년 뒤 툰드라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지구온난화는 세상의 끝에 있는 최후의 동토마저 녹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등 지구 곳곳이 병들어가고 있다. 온난화, 환경오염은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후손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현재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병무청도 지구온난화 완화에 힘을 보태고자 물품 구매 시부터 활용, 폐기까지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물품 구매 소요 발생 시 기존제품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함으로써 신규 물품 구매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한으로 한 ‘녹색제품’ 구매를 권장하고 있다.

기존 물품의 재활용을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물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무청은 매년 1회 실시하는 정기재물조사 외에도 추가 수시 재물조사를 통하여 물품 보유량, 활용상태, 작동 여부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물품대장을 정비하여 각 부서에 공유하였다. 정확한 재물조사 및 정보공유는 물품의 유실을 막고, 타부서 미활용 물품의 재사용뿐만 아니라, 정확한 보관장소 파악으로 보유 물품의 재구매를 방지하였다. 이는 불필요한 물품의 구매를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적인 물품관리 및 예산 절감에 기여하였다.

또한 병무청은 물품 구매 시 녹색제품을 포함한 정부에서 권장하는 우선구매 대상 제품을 중심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구매 대상 제품이 아닌 경우에는 물품 구매 전 사전승인을 통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우선구매 대상 구매 검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전체 물품 구매 금액 대비 녹색제품 구매율이 97.8%에 달하는 높은 구매율로 나타났다.

물품 처분 시에는 단순 폐기를 지양하고, 관리전환‧매각 또는 취약계층을 위한 무상양여 등을 통해 최대한 재사용하거나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지난 해에는 불용처분한 960개 물품 중 887개(92.3%)를 매각, 양여 등에 성공하여 폐기로 인한 쓰레기‧일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폐기비용을 절감하였다.

그 외에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공유누리’에 등록하여 타 기관과 민간이 대여할 수 있도록 하여 물품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병무청은 매년 초 물품수급관리계획 수립을 통해 엄격한 물품의 취득‧처분 관리로 국가 예산 절감 및 탄소중립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2022년 정부물품관리 종합평가 2위를 달성하는 등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해 지구 최후의 동토, 툰드라가 더 이상 녹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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