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

필자는 8년 째 아침이면 ‘최태호의 한국어교실’이라는 문자를 발송한다. 요즘은 계속해서 한글 맞춤법을 보내고 있는데,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은 답이 없거나 무시하는데, 어떤 이는 출근시간에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 독자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이 방의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으니 나가세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아무 생각 없이 탈퇴하고 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를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은데, 순간의 기분으로 나온 것은 아닌가 하고 후회할 때도 있다. 지난 번 탈퇴한 곳에서는 ‘이태원 참사’라고 썼다가 퇴출당했다. ‘이태원 사고’지 왜 참사라고 하는 것이냐며 사정없이 막말을 쏟아냈다. 필자도 조금은 보수적인 사람인데 그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 ‘참사(慘事)’라는 말은 “비참하고 끔찍한 일”을 이른다. 이태원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죽었으면 이것이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 아니면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 말꼬리 물고 늘어지는 것이 보기 싫어서 바로 나오기는 했지만 지나친 경우도 많다. 어느 TV토론장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살아야 집안이 산다.”고 했더니, 곁에 있던 여자 패널이 “왜 아버지만 권위를 얘기하느냐? 여성들에게 사과하세요.”라고 하길래 기가 막힌 적이 있다. 설명할 시간은 없고 가슴만 치고 나왔다.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하면 이것인 진정 빵 하나만 얘기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었다. 아버지가 살아야 집안이 산다고 했을 때 부모의 권위를 얘기하는 것이지 어찌 아버지만의 권위를 말하는 것이겠는가?

단어 하나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문장에 담긴 의미도 중요하다. 그래서 문장작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고, 바른 문장을 쓰기 위해서 맞춤법에 맞게 써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언중들이 ‘여위다’와 ‘여의다’를 구분하지 못한다. ‘늘이다’와 ‘늘리다’, ‘마치다, 맞히다, 맞추다’ 등도 구별하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정리해 놓은 것을 한글 맞춤법이라고 한다. 때에 따라서는 두음법칙도 있고, 구개음화라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는 표준어라고 해서 ‘서울에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만 북한에서는 문화어라고 해서 김일성 교시에 따른 북한만의 문법이 있다. 거기에는 두음법칙도 없고, 외래어도 우리와 다르다. 미국식 외래어가 많은 우리나라와 러시아식 외래어가 많은 북한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캠패인’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깜빠니아’라고 한다. 그래서 갈수록 남북한의 언어가 이질화될 수밖에 없다. 맞춤법은 그래서 필요하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맞춤법을 개발하고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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