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대전현충원에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계신 독립유공자, 장군, 장병, 경찰관, 국가사회공헌자, 소방공무원 묘역 외에도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있는 묘역이 있습니다.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 시대에 자신의 생명을 바쳐 타인의 목숨과 재산을 구해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는 살신성인의 분들이 모셔져 있는 의사상자 묘역.

의사상자는 직무외의 행위로서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자를 말하며, 의사상자 묘역은 2006년 1월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서 국립대전현충원에 조성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로 인정된 사람이나 의상자로 인정됐다가 나중에 숨진 사람들이 안장되며, 240명을 안장할 수 있는 800㎡ 규모의 이 묘역에는 9월 기준으로 60명이 안장되어 계십니다.

대전현충원에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는데 현충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가을에는 단풍에 물든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흰 눈에 쌓인 “나무 길”이 절경입니다. 그 길 앞에 의사상자 묘역이 있습니다.

2022년 9월 국립대전현충원 이달의 영웅 스토리에 소개 되었던 故안치범 의사자는 2016년 성우를 꿈꾸던 대학생으로 원룸에 화재가 나자 119에 신고한 후 연기가 가득한 건물로 들어가 집집마다 초인종을 눌러 이웃을 대피시키고 자신은 유독가스에 질식되어 안타깝게 사망하였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2021년 5월의 현충인물인 故이궁열 의사자 유가족께 연락을 드리면서 가슴 아픈 사연을 직접 듣게 되었는데, 의사자께서는 2008년 6월 순천 나들목 부근 호남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일곱 차례의 연쇄 추돌 교통사고 발생으로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다른 부상자를 구호하려고 길을 건너던 중 후속 사고에 의해 사망하셨습니다.

미망인과 자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목사님이셨던 의사자님이 평소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도우시는 살신성인 정신으로 생활하셨던 분임을 듣게 되었고, 지금도 미망인께서 정신을 이어받아 목사님으로 활동하시며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생활하신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의사상자 묘역에 안장되어 계신 분들은 한분 한분 모두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6년 7월 해수욕장에서 초등학생을 구하고 사망한 故채종민 의사자. 2009년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을 돕다가 차에 치여 숨진 두 여성 故황지영 씨와 故금나래 씨의 사연.

2010년 1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밀림 원주민 마을 자원봉사 활동을 마치고 근처 해변 산책 중 파도에 휩쓸린 한국여성 3명을 구조하고 자신은 파도에 휩쓸려 안타깝게 희생하신 故정요한 의사자.

2003년 12월 7일 남극세종기지에 파견된 연구원으로 남극해상에서 세종기지로 귀환 도중 기상악화로 미처 귀환하지 못한 동료 대원 구조를 위해 실종자 수색작업 중 구조대 보트가 전복되어 목숨을 잃은 의사자 등이 계십니다.

60명의 의사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故이영준 의사자는 하천에 빠진 어린이 2명을 구하고 자신은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의사상자 묘역은 고귀한 희생정신을 본받아야 할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회의 정의와 타인의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진정한 국민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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