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남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영국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처럼 한 나라의 국립묘지는 한 시대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고, 특히 현충원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자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추모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가운데 진한 색깔로 물들어가고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은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호국보훈의 다양한 교육의 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로 1982년 안장을 시작한 이래 국가원수, 독립유공자, 사병·장교·장군 신분의 군인, 경찰관, 소방관, 국가사회공헌자, 독도의용수비대, 의사상자 및 공무원 등이 안장되어 있다. 대전현충원의 전체면적은 330만9,553㎡(99만9,000평)으로 축구장 500개 정도의 면적으로 미국의 대표 국립묘지인 258만㎡의 알링턴 묘지보다 크며, 10만576기를 안장할 수 있다. 1982년 안장을 시작한 이래 2022년 9월말 현재 9만9,716기를 안장했으며, 안장 40주년이 된 올해 4월 초에 군인(장병)묘역은 만장이 되어 안장을 기대하고 있는 국가유공자 등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유골함 4만9천기를 수용할 수 있는 봉안시설인 충혼당을 지난 2021년 5월에 개관하여 2022년 9월말 현재 1천212기를 봉안하고 있다.

특히,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하신 분들이 모셔져 있는 국립묘지의 위상을 높이고 안장되신 분들의 예우를 다하고자 ‘묘역 화병 교체사업’을 올해부터 2026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계획·시행했는데, 이는 ‘플라스틱’ 재질의 오래된 화병에서 ‘돌’ 재질로 개선하는 것이다. 화병 교체는 매년 2만여 기씩 2026년까지 전체 10만여 기를 진행하며, 오래전에 만장된 장병 1묘역부터 우선 추진하고 있다. 돌 화병은 도자기 모양으로 대한민국의 전통을 살렸고, 기존에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예의를 다하기 위해 임의로 설치된 돌 화병은 교체 희망 여부를 한 분 한 분 물어보고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대구에서 돌 화병 교체 소식을 듣고 사무실을 방문한 80대 노모는 “자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오래전에 아픈 무릎을 붙들고 등산 가방에 무거운 돌 화병을 가져와서 설치했다”라며, “이번에 돌 화병 교체는 정말 잘한 일이다”라면서 기존의 돌 화병은 직접 챙겨가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화병 교체를 하면서 기존에 과도하게 설치된 조화는 묘역의 통일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일부 정리했고, 유가족에게는 돌 화병의 입구와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해 한 다발 또는 두 다발로 줄여 줄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동안 묘역에 과도하게 비치된 조화는 플라스틱, 철심 등으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어렵고 소각 문제 등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어 왔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지난 7월부터 뜨거운 햇빛과 장마 속에서도 매일 매일 묘역을 방문하며 돌 화병 교체작업을 진행해 왔고, 평탄화 작업, 조화 정리작업도 병행하면서 최근에 올해 목표인 2만 1천여기의 화병 교체를 마무리했다. 앞으로도 대전현충원은 묘역 화병 개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참배와 추모행사 등을 통해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마지막을 보다 품격 있게 예우하는 추모와 안식의 공간이자, 국민과 미래세대들이 선열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본받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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