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진 병무청 자체평가위원

“군대는 내 인생의 성장통이다. 한 단계 성숙해지기 위한 시험이다. 낯선 환경과 군 문화에 대한 적응도 성장의 밑거름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지난해 해외 영주권자들의 병역이행 체험담을 모아 발간한 수기집 「2021 대한사람 대한으로」에 수록된 한 병사의 말이다. 모국에서의 군 복무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 중대한 선택이었음이 마음 깊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병역은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의무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청년들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병역의무 이행과 마주하게 된다.

국외에 살고 있는 영주권자도 병역의무 이행에 있어서 예외일 순 없다. 다만, 해외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병역의무가 연기되기 때문에 군 복무가 유예된다. 그럼에도 위 병사처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의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으니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에 병무청에서는 해외 영주권자들의 자발적 병역이행을 유도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영주권자 입영희망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주권자 입영희망원’이란, 해외 영주권을 취득해 병역을 연기받은 사람이 군 복무를 희망할 경우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입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입영 후 1주일 간 군 적응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한국문화와 예절교육을 받게 되고 복무 중에는 영주권 유지를 위해 왕복 항공료를 포함한 휴가가 보장되며, 전역 시 명예증서 교부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2004년 처음으로 시행된 ‘영주권자 입영희망원’ 제도는 첫해 38명에 불과했던 신청자가 해마다 늘어 지난해 711명에 이르는 등 총 6,800여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오랜 외국 생활로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마저 다르기 때문에 모국의 군대에 자발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각자 군 입대에 대한 배경과 동기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타국에서 느꼈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확립과 조국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애국심’이 그 바탕이었을 것이다.

20년을 해외에서 살았다는 한 병사는 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조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입대한 후, 대한민국의 역사, 왜 청년들이 이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배워가면서 스스로가 더욱 당당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자부한다. 군 복무를 선택한 덕분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는 그의 마음가짐이 너무나 멋지고 대견하다.

지난 5년 간 병무청 자체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병무청과 함께 고민해 왔다. ‘영주권자 입영희망원’ 제도를 통해 병무청은 자칫 놓치기 쉬운 해외 병역의무자를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군 복무를 마칠 수 있도록 좋은 정책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병역이행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으로 나라사랑 정신을 몸소 실천한 청춘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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