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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길목에서충남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이정복  |  conq-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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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31  16: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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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손바닥만한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는다. 말이 잔디밭이지 질경이를 비롯해 잡초 투성이다. 질경이는 정말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매번 소탕 작전을 버려도 끈질기게 번져 나간다. 그렇다고 제초제를 뿌릴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 이삼년 전 부터는 그냥 함께 살기로 맘먹었다. 그러고부터는 그 끈질긴 싸움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라는 것이 대견스럽고 예쁘기까지 하다. 요즘은 잘 길러서 가끔 나물로도 해먹고, 효소를 만들기도 한다. 가정에서, 학교나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 어디든 사람 사는 일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는 건 아닌가 싶다.

햇살이 직립으로 걸려 있던 사월 초파일, 때 이른 무더위가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변산 해안 따라 내소사에 연꽃등 올리고 돌아오니 햇살은 서산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늘 따라 솔솔 불어오는 바람결에 찔레꽃, 아카시아 향기가 한 떼로 몰려왔다 몰려가곤 했다. 늦은 오후,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았다. 관심을 주지 않아도 어찌 그리 쑥쑥 잘 자라는지. 질경이를 제외하고도 뽑아야 잡초들이 무성했다. 쭈그리고 앉아 김을 매다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사는 것들을 헤아려 봤다. 내가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린 것들을. 지나간 시간들을 반추하노라니 알 수 없는 회한 속으로 잠겨들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세상 옷 모두 벗고 섬처럼 떠 있었다.

아쉬움으로 들썩이는 어깨너머로 봄은 어느새 달아나고 없다.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대로 지는 꽃잎 아래로 슬며시 나뒹굴었다. 동백꽃, 목련 꽃, 벚꽃, 철쭉, 연두가 떠나갔다. 그 지독한 매혹으로 나를 혹사시켰던 봄. 온 것은 가고 간 것은 반드시 돌아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떠난 것들을 다 기다린다. 더 많이 기다리는 자가 더 많이 사랑하는 자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잡초를 제거한 마당이 그림자로 출렁였다. 그 뒤로 찔레꽃, 아카시아 향이 더 진하게 몰려들었다. 먼 산이 어둠을 천천히 빨아들이는 것이 보였다. 저장된 채 뒤엉킨 기억들은 천년을 살아온 내소사 느티나무에 걸린 화려한 연등 불빛으로 살랑거렸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베란다 창에 별이 몇 와 있다. ‘이 세월 위에 안장을 얹어 `탈' 수는 없는가. 없으니까 별이 얼얼하게 빛난다.’ 던 어느 시인이 생각나는 오월의 마지막 날이다. 줄장미들이 겁 없이 담 벽을 기대 줄기차게 하늘로 치솟고 있다. 가까운 듯 멀리 있는 산을 바라보며 성큼 다가서는 이름에 붉은 장미의 뜨거운 눈빛으로 편지를 쓰고 싶다. 뜻 깊은 의미를 품은 날들이 유난히 많았던 오월의 향기와 싱그러움을 가득 담아......

감꽃이 피고 개망초 꽃 대궁을 하얗게 흔드는 6월이다. 서양에서 유월은 가장 젊은 달이다. 유월(June)이 ‘젊은이’를 뜻하는 라틴어 ‘이우니오레스(iuniores)’에서 연유했기 때문이다. 유월이면 ‘원숙한 여인’처럼 녹음이 우거지리라. 유월의 그 찬란한 숲으로 뜨거운 햇살도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초록의 들길이 아침마다 파란 수저를 들 때, 그 때는 나도 적막의 서늘한 무릎을 베고, 한 번쯤 그리움을 그리워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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