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룡 공주킥복싱발전회장, 공주복싱협회이사

미국의 저명한 사상가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2005년 아시아 성장과정을 연구하던 중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른 민족이 300년간 이루어낸 성과를 한민족은 단 40년 만에 성취한 것을 두고 그는 연구말미에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문화는 한 사회 안에서 우세하게 발현하는 가치, 태도, 신념, 지향점, 전제조건 등을 말하는데 한국은 근면, 교육, 조직, 기강, 극기정신 등 특유의 발전 지향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라고.

이렇듯 ‘한국’은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군사력 또한 육·해·공 모두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특히 대중문화의 파급력으로 볼 때 전 세계에 ‘한류(韓流)열풍’을 조성 정도로 문화예술의 강국(强國)이다. 가수 싸이(PSY)의 노래는 미국 빌보드 핫100 에 이미 2곡이나 랭크되었고, 유튜브(U-Tube) 에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지금도 경신하고 있으며, 걸 그룹을 위시한 K-POP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까지 팬덤(Fandom) 현상을 확대하고 있다. 스포츠계 또한 이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류현진이 마운드를 당당히 지키고 있으며, 세계적인 ‘빙상(氷上)여제’는 다름 아닌 김연아요 ‘빙속(氷速)여제’는 이상화다. 또한 최근에는 '스포츠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이 프랑스 뷔앙송(Briancon)에서 열린 IFSC(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리드 월드컵 1차전에서 올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반면 대중적인 인기를 크게 누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종합격투기(MMA)계에도 서서히 한류열풍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격투스포츠 중 메이저리그라 할 수 있는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에 다수의 한국인 선수들이 입성하고 있고, 한국계 선수들은 이미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라이트급(70kg)챔피언은 어머니가 한국인인 김치 파이터 벤 헨더슨(Ben Henderson)이고, 풍운아 추성훈은 웰터급(77kg)과 미들급(84kg)넘나들며 화끈한 타격 근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턴건(Stun Gun) 김동현은 한국인 최초의 UFC파이터로 웰터급(77kg)에서 7승2패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며, 에이스(Ace) 임현규, 미스터 퍼펙트(Perfect) 강경호 등 도 현지에서 많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다음달 4일 브라질에서 열릴 UFC164 메인경기의 주인공이 바로 한국선수 정찬성 이란 사실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서는 처음으로 UFC에서 대권이라 일컫는 챔피언에 도전하게 된다. 상대는 현 페더급(66kg) 챔피언이자 제2의 격투 신(神)이라 불리는 브라질의 조제 알도다. 워낙 극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강자이면서 이벤트 역시 홈경기라서 우리 선수가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지만 타 스포츠에 비해 의외성이 월등하게 많이 존재하는 격투기에서는 그 결과를 아무도 장담 할 수 없다. 더구나 정찬성은 타고난 맷집과 질긴 근성으로 ‘코리안 좀비(Korean Zombie)란 다소 기묘한 별명이 붙은 이른바 ’토종독종 파이터‘로 악명이 높다. 또한 UFC사상 최단시간 KO승 및 최초이자 유일한 트위스터 승, 네 번의 주목받는 경기에 뽑히는 등 상당히 영리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변칙적인 선수로도 유명하다.

얼마 전 농구계의 ‘슈퍼코리안(Super Korean)이라 불리는 이승준이 제27회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최종 12인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랜만에 ’슈퍼코리안‘ 이란 단어를 듣고 문득 한 사람이 생각났다. ’슈퍼코리안‘이라는 별명을 처음으로 썼던 2004년 스피릿 MC 헤비급 챔피언 데니스 강(Denis Kang) 선수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계 어머니사이에 태어난 그는 아버지 나라에 각별한 사랑을 보여줬다. 해외 경기 때면 늘 태극기를 몸에 감싸고 등장해 국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탄탄한 기본기와 완벽한 격투자세로 실력 또한 출중했다. 격투기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UFC164경기에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꼭 우승해 또 다른 ’슈퍼코리안‘으로서 부활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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