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염홍철 대전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역에서 추진할 대규모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면초가에 빠졌다. 염 시장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과학벨트 수정안을 내세우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역공을 받고 있다. 안 지사는 내포신도시 이전 후 여전히 정부와‘도청이전지원특별법’을 갖고 이전투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업 모두 염 시장과 안 지사에게는 민선5기내내 줄기차게 정부와 힘겨루기를 한 사업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두 사업의 추진 성과가 어떻게 종결되느냐에 따라 염 시장과 안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달려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염 시장의 정치승부수= 과학벨트 수정안+4대원칙

미래부는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입주 제안해 염 시장은 대전시가 주장하는 4대원칙만 받아들인다면 미래부의 제안을 수용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4가지 원칙이란 ▲신동·둔곡지구 전체면적 104만평 축소불가 ▲과학벨트 거점지구 부지매입비에 대한 전액 국고부담 ▲사이언스센터 등 창조경제 핵심시설 조성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방안 국가정책 반영 등이다. 그러나 염 시장의 이번 결정에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은“중이온 가속기와 IBS는 한 공간에 설치돼야하고 공간적으로 집적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벨트 유치경쟁 당시 충청권의 주장인 만큼 미래부의 수정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안 사수를 고집하고 있다. 염 시장은 이런 시민단체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과학벨트’를 두고 정치쟁점화 하는데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강력히 맞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염 시장은 24일 민선5기 3년 결산보고회에서 "대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4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대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4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과학벨트 문제는 본질에 대한 논의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둔곡에 들어설 예정이던 기초과학연구원을 대전엑스포과학공원으로 옮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엉뚱하게 반토막 토론을 하고 있다. 백지화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 도청이전특별법 처리에 정치시험대 올라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부가 당초 약속한 내포신도시건설의 적극적인 후속대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올 초 충남도청을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각종 사회적 기반시설 구축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뒷받침 돼야하나 국가의 도움을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국가가 도청이전에 따른 국가부담을 위해서는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안이 시급하나 지난 20일 국토교통위 심사소위원회에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충남도가 제출한 도청이전 특별법 개정안은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충남도청사의 신축비와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 대전 구청사 매각비용 등에 대한 국가의 추가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충남도로써는 이 법안의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충남도청 뿐만 아니라 현재 도청이전을 준비 중인 경기도와 경북도에 국가의 전액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미뤄볼때 향후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안 통과는 그리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금동 내포신도시건설본부장은 24일 도청이전특별법 개정 추진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충남도를 비롯해 4개 시도가 추진하고 있는‘도청이전지원특별법’ 개정이 사면초가 위기에 빠졌다.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충남도 역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데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도는 특별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한 국회의원들(강창희 의장, 이명수 의원, 박수현 의원) 주도로 국회와 정부 및4개 시도가 참여하는 대책협의회 구성·운영을 제안했다. 하지만 의원들 마다 제각각 정치적 입장과 해석이 달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이와 함께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4개 시·도(충남도·대전시·경상북도·대구시)의 온도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북과 대구의 경우 충남도에 비해 도청이전이 3년 가량 늦다보니 아직까지 전면적으로 이 법안 통과에 열을 올리지 않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편 대전·충남 정가에서는 “염 시장과 안 지사가 내년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향후 대전시와 충남도의 운명을 좌우할 대규모 사업(과학벨트.내포신도시 건설)을 두고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사안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정치적 운명의 기로에 설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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