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의 일대 전환이 기대됐던 남북당국회담이 끝내 무산돼 안타까움이 크다. 수석대표의 격(格)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가 결국 대화 재개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그동안 첨예한 대치국면에서도 어렵게 대화를 물꼬를 터 놓고도 절차와 형식상의 문제 때문에 국면 전환의 큰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남북 양측은 지난 9, 10일 실무접촉을 통해 대화의 일정과 명칭, 회담에서 다룰 의제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만큼 남북 모두 지금의 경색국면이 누구에도 이롭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남북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적어도 양측 모두 큰 이견이 없는 핵심의제에 의견 접근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8년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금강산관광의 재개, 남북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돼 온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도 진전이 있었을 것이고, 이산가족상봉 재개의 문제도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렸을 것이다.

대화 추진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회담의 무산으로 남북관계 정상화의 추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것이냐 보류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무산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남북 양측의 대화에 접근하는 기본자세에 대한 이견이 적지않고 그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대화 재개가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절제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극한 대결로 치닫던 상황에서 이만큼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양측 모두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씩 물러 나 양보와 타협을 한 결과다. 무엇보다는 남북은 언제가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민족적인 염원과 배타적으로 존립할 수 없다는 절박하고도 숙명적인 환경이 놓여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큰 목표를 위해 작은 차이는 넘어서는 통 큰 발상이 절실하다.

특히 세종시에 정부청사가 있는 경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아픔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화의 무산이 좌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 번의 기회를 놓쳤지만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고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기회는 마냥 기다려서 오는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의 실망을 딛고 차분히 남북 교류협력의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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