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서


햇살 받치고 서 있는 벚나무
제 모습에 취한 꽃잎들
가로등 밑 왁자지껄 모여든 나비 떼처럼
팔딱거리는 연한 날갯짓
견딜 수 없다며
꽁무니바람 보다 더 흔든다

휘청거릴 때 마다 온몸 흔들어 주는 벚나무
갈 길 알아버린 꽃잎들

뛰어내리다 넘어지고 뛰어내리다 넘어지고
낙화암 뛰어들던 삼천궁녀 몸짓 저랬을까
제대로 피워내지 못한 꿈
벚나무 아래 후드득 떨어질 때
발걸음 세워놓고 조문하듯 바라보는 사람들

취한 듯 취한 듯
부는 바람 쪽으로 등 돌리는 꽃잎들
벚꽃 아래서



▶시작 노트

여기 저기 벚꽃 터지는 소리 시끌벅적하겠다. 봄이면 봄꽃 만나러 몸도 마음도 바빠진다. 유독 벚꽃 아래 꽃잎처럼 몰려다니는 사람들, 배경이 되기도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만개한 꽃잎보다 더 벙건다. 3월에 내리는 눈처럼 환호성을 지르다 보면 어느 새 4월의 문턱이다. 들뜬 마음 정리하면서 목련의 시간으로 건너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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