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빅5 병원의 의사 전공의들이 파업과 사직원을 제출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의료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병원마다 의료 공백이 심각하다. 응급환자 이송에서부터 의료진 부재, 진료 연결 불가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 보호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환자들의 수술까지 지연되는 사태를 빚고 있다. 심지어 응급실에서 목숨까지 잃는 불행한 일도 벌어졌다. 이런 의료대란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비롯되고 있다. 의료대란 우려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국민생명을 담보로 한 치졸한 행각으로 과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가 이렇게 고귀한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문제인지 국민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이성적이지 못한 행태로 의료대란을 일으키며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공감대는커녕 국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선서가 무색하다. 파업과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앞으로 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슬그머니 다시 돌아와 없었던 일처럼 복귀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이 사태를 끝까지 끌고 가겠다고 한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더하자 서울대 권용진 교수는 의사 선배로서 호소한다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한마디로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사회통념을 감안했을 때, 전공의들의 사직이 개인 선택이더라도 결국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라고 질타도 했다. 심지어 그는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할 때라고 강조하고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달라"고까지 강경 발언을 쏟아 내놓았다. 특히 그는 "윤리적 원칙에 입각해서 보더라도 전공의들의 행동으로 인해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지연되고 있는 이상, 정치적 이유든 개인적 이유든 떠날 당시 의사였다는 점에서 '나쁜 결과를 용인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질타했다. 또한 "전공의로서 급작스러운 사직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지 무단 이탈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한 촌철살인 같은 내용들이다. 의대의 정원을 늘리면 이들은 정말 모두 의사라는 직업을 그만둘 생각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가 더욱 늘어나는 것을 오히려 반기고 있다. 어떤 논리로도 설득력을 잃고 있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서울대 권 교수의 지적처럼 명분을 잃어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급한 생명들을 내팽개치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정책을 철회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인 듯싶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국민만 황당한 상황에 부닥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과 의대생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22일 22시 기준 보건복지부의 주요 94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8.5% 수준인 8,8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또한 소속 전공의의 69.4%인 7,86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100개 병원 중 자료 부실 제출로 시정명령 예정인 6개소 제외하고 점검한 것으로 실제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를 빚자 정부가 부랴부랴 군 병원과 보훈병원, 산재병원을 동원해 부처별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커지면서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23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마련한 부처별 의사 집단행동 대응계획도 강경하다. 교육부는 40개 의과대학과 비상 연락체계를 구축하여 의대생 집단행동 관련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대학의 엄정한 학사관리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불법 집단행동 주동자는 물론 배후에서 조종하고 부추기는 사람들까지 철저하게 수사하여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한 전공의는 의료법 위반죄로 구공판 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고, 법률지원단에서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을 상대로 법률상담과 손해배상소송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환자와 가족분들이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청은 엄정한 법 집행과 사법처리로 불법 분위기 확산을 차단할 예정이다. 의사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나 중요 인사 등에 대한 사건은 시·도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고, 범행 주동자 및 배후세력 등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진료 거부나 수술·진료 지연으로 사망 등 위해 상황 발생 시 시·도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직접 수사하고, 불법행위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개별 업무개시명령 위반자라 하더라도 인터넷·SNS 등을 통해 복귀 거부 및 진료기록 훼손 등을 선동하는 경우도 구속수사 등 엄단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집단행동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정부는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여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라고 강경 방침을 밝혔다. ‘강 대 강’의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중증 환자나 응급환자와 가족들의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하루속히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만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정치권 모두가 하나가 되어 나서야 한다. 국민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면서 4월 총선 공천받기에만 혈안이 되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런 심각한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적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오로지 공천 심사나 컷오프에 침을 튀기며 난리다. 의료대란은 눈에 보이질 않는 모양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보지 않고 있다. 모두가 나서서 총체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전공의의 집단행동이 불러온 의료대란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응급을 다투는 환자들이 제때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최악이다. 의료대란 이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전공의들은 하루빨리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의사협회도 이번 사태를 극단적으로 끌고 가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승리자가 나올 수 없다. 상처뿐인 영광을 위해 무모한 행각을 지속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최고의 지성이라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서울대 권용진 교수의 준엄한 꾸짖음을 되새길 때다. 당장 멈추고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에게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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