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2022년 0.7명 선으로 추락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0.6명대, 올해 0.5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초저출산현상’이다. 앞으로 지난해 출산율이 발표되면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15년간 무려 280조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OECD 꼴찌란 불명예의 성적표를 받았다. 합계출산율은 15세 이상 49세 가임기간 여성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2018년에 1명대가 무너진 이후 더 낮아지고 있다. 2015년도부터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출산율 추이를 보면 2015년 1.24명,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낮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급격히 늙어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지구상에서 인구감소로 사라지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영국 석학의 경고도 나왔다. 실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50년 뒤에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5,167만 명의 인구가 3,600만 명 대로 떨어지고 65세 인구는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727만 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지방은 물론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을 놓고 총선을 치르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현실임을 알고 있다는 듯 정치권이 앞다퉈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총선용 급조공약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내놓은 실현 가능한 최상의 대책인지 여부는 미지수다. 숱한 대책이 나왔지만, 출산율 1명대가 무너져 내린 지 6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여당과 야당의 진단은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저출산대책공약은 저출산 컨트롤 타워인 인구부를 신설하고 유급배우자 출산휴가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확대​ 상한 월 210만 원, 육아기 유연근무, 고용보험 미가입자' 일·가정 양립제도' 도입 등을 내놓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저출산대책공약은 ​인구위기대응부(가칭) 신설 추진, 우리아이 키움카드 및 우리아이 자립펀드, 아이돌보미 돌봄수당 모든 가정 확대,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 제공,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 원 대출로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 차등 감면한다는 내용 등이다. 여당과 야당의 공약 중에는 육아휴직, 인구 관련 부처의 신설 등 공통적인 것은 의지만 보인다면 총선 전에도 가능한 것들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총선 이후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시행해야 한다. 그만큼 저출산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한가한 문제가 아니다.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라면 여야의 대책 모두 당장이라도 시행해야 한다.

교육부가 주목할 만한 대책을 제시했다. 올해 2학기부터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방과후·돌봄을 통합 제공하는 늘봄학교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1학년이라면 원하는 누구나 무료로 2시간씩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늘봄학교는 1학기 2,000개 이상 초등학교에서 운영한 뒤 2학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한다. 어린이집·유치원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도 본격 추진한다.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유치원에서 방과 후 영어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모델도 발굴해 확산한다. 아이돌봄서비스도 정부지원에서 가족과 민간돌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정당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다. 돌봄에 대한 부모 부담이 경감된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늘봄학교도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등에 제한됐던 것이 모든 부모에게 확대된다는 차원에서 그 의미가 매우 커졌다. 희망하는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늘봄학교에 참여할 수 있다. 올해 초 1학년을 시작으로 내년 초1~2학년, 2026년 모든 학년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특히 초1·2학년의 성장·발달에 맞는 재미있고 다양한 수준 높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매일 2시간씩 무료로 제공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환영할 만하다. 그동안 투입된 저출산 예산 280조를 제대로 활용했다면 보다 진보된 내용이 시행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동안 시행한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었다. 1억 원 대출의 공약도 나왔지만 이미 충북 괴산에서는 지난해 셋째와 넷째 쌍둥이를 출산한 부부가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받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나름대로 출산장려금지원대책을 만들어 출산을 독려하고 있기는 하다. 올해부터는 2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가정에 대해 다자녀 혜택도 주어진다. 출산율이 낮다 보니 그 기준도 낮아졌다. 공공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특공이다. 자동차 취·등록세 감면 및 완화 혜택과 초중고 교육비도 지원되는 등 여러 가지 다자녀 혜택이 주어진다.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자구노력이다. 합계출산율이 1.25명으로 2022년도 우리나라 0.78명보다 높은 일본의 특별 대책도 눈에 띈다. 일본 정부는 3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다자녀 세대에 대해 2025년도부터 가구 소득 제한 없이 모든 자녀의 대학 수업료 등을 무상화한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4년제 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 고등전문학교 등의 수업료도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수업료 외에 입학금도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다자녀 혜택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유인책이 없이는 저출산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취업과 주거, 양육, 교육에 이르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유인책은 일회성이 아니고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되어야 한다.

50년 뒤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63.4세가 넘는다. 초고령사회의 늪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추동력이 사라진 기형적인 인구구조로는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저출산 고통에다 초고령사회로 늙은 대한민국이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위기의 국가 모습이다. 예측 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저출산 초고령화로 인한 참담한 현실은 지방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다. 65세의 인구가 20%를 넘는 경우를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충남 금산의 경우 이미 34.5%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미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950만 명에 육박해 국내 인구 중 고령자의 비중은 18.4% 수준이다. 지역사회는 이미 초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지역은 전남(25.5%), 경북(23.9%), 전북(23.4%), 강원(23.3%), 부산(22.2%), 충남(20.4%) 6곳이다. 통계청은 내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연령 인구감소로 인해 오는 2026년 기준 제조업은 최소 27만6,000명, 사회복지업은 최소 21만5,000명의 인력 부족마저 예상된다. 올해 숙련인력 3만5,000명을 비롯해 비전문취업 16만5,000명, 계절근로 4만9,286명 등 24만9,286명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야 한다. 대한민국 인력 부족의 현주소다. 저출산 초고령사회의 심각한 국가 상황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이를 바로 보고 난국을 타개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쟁만 일삼고 대립과 갈등, 거짓 선동에만 혈안이 되는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없다. 문제가 많은 인물이나 자신 없는 정치인은 국회의원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정치가 바로 서야 저출산 초고령화의 긴 터널도 벗어나고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들로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뼈아픈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 저출산 고령화 해법을 찾는 데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총력을 기울여 저출산 초고령화 해법을 서둘러 찾아라.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