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유리 선치과병원 구강내과 전문의

대중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치과가 ‘치아’와 ‘잇몸’만을 보는 곳은 아니다 . 그 외 구강-안면 부위 영역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가 치과의 ‘구강내과’다 . 구강내과의 전문 진료 분야 중 대표적인 영역은 턱관절 질환이고, 이 외 구강점막질환 , 신경통을 포함한 구강안면통증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은 치아와 잇몸 외 몸의 다른 부분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 이를 어디의 문제인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 몸에서 의과 영역과 치과 영역을 매개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진료과라고 볼 수 있다.

▲턱관절질환이란
턱에도 관절이 있다. 입을 벌리고 다물 때 양쪽 귀 앞에 튀어나오는 뼈가 바로 턱관절이라고 불리는 위턱과 아래턱의 ‘관절’이다 . 이 턱관절과 저작근의 문제를 총칭하는 용어가 ‘턱관절 장애 ’이다. 턱관절 장애의 3대 증상은 턱 부위의 통증, 턱에서 나는 소리 , 그리고 입이 잘 안 벌어지는 증상이 있다. 통증은 관절통이나 근육통일 수 있고 , 심할 경우 두통까지 동반되기도 하며 어떤 경우는 귀가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턱에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다른 부위의 문제로 턱에 통증이 전달되어 느껴지기도 한다 . 턱을 포함한 구강-안면부 영역에는 연관통과 방사통 , 즉 문제의 원인이 턱을 포함한 얼굴 부위가 아닌, 몸의 다른 부위의 문제로 인해서 턱에 통증이 ‘전달’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이 때 진정한 원인을 정확하게 감별해서 적절한 처치를 하는 것이 구강내과 전문의의 역할이다.

턱관절 질환의 경우 불편감이 느껴지는 턱관절의 위치 상 귀 문제인줄 알고 이비인후과나 정형외과로 잘못 내원하기도 한다. 일반 치과에서도 턱관절 질환을 잘 다루지는 않는다. 이렇게 번지수를 잘못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증상이 오래 지속되어 만성화가 된 상태로 구강내과 진료실에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턱관절 장애는 구강내과에서 정확하고 시기적절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턱에 나타나는 심장이 보내는 신호
체격이 건장한 50대 A씨는 평소 딱딱한 아몬드나 마른 오징어 같은 음식을 자주 먹는 편이다 . 매년 직장에서 건강검진도 시행하고 있는데 운동 부족이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운동을 할 때마다 턱이 아프고 , 계단을 오를 때나 뛸 때 아래턱 부위가 아파서 일반 치과와 정형외과를 전전했다. 약도 보름이상 먹었고 , 물리치료도 자주 했는데 효과가 전혀 없으니 다니던 병원에서 구강내과 진료를 권유받았다. 어렵사리 구강내과를 찾아갔더니 , 검사하자마자 갑자기 심장내과로 가라고 의뢰서를 쥐어줬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지 ?’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심장내과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입원을 하라고 한다 . 협심증이라고, 스텐트 삽입 시술이 필요하다고.

턱이 아파 턱에 대한 치료를 꾸준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전혀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 바로 턱에 문제는 없지만 턱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는 연관통/방사통의 경우가 그렇다 . 그 중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경우가 심장 질환의 방사통으로 턱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이다.

심장 질환이 있을 경우 등이나 가슴에 통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턱은 그렇지 않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포함한 허혈성 심질환의 경우 드물지만 방사통이 아래턱 부위로도 올 수 있다. 평소 몸 어디에도 불편감이 없고 식사 시에도 턱에 불편감이 전혀 없지만 운동을 할 때에만 턱이 아픈 경우 심장질환으로 인한 방사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방사통은 단순 턱관절 장애로 오인해 여기저기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실제 턱의 문제인지 감별하기 위한 정확한 진단은 자세한 문진과 추가적인 검사를 받아봐야만 알 수 있지만, 절대 얕봐서는 안 될 심장의 신호일 수 있으니 턱이 아플 경우 구강내과에서 진료를 보는 것을 기억해두자. 물론 턱이 아프다고 다 방사통은 아니니 섣부른 걱정은 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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