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트밸리 아산 제1회 이순신 순국제전’ 개막

아산시가 17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기리고 ‘인간 이순신’을 조명하는 ‘아트밸리 아산 제1회 이순신 순국제전(이하 순국제전)’을 개최했다.

이번 순국제전은 19일까지 총 3일 동안 ‘그리운 사람 이순신이 온다’라는 슬로건으로 온양민속박물관, 온양온천역, 은행나무길, 현충사에서 이순신 장군의 장례행렬 재연 등 각각의 테마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첫날 개막 행사는 온양민속박물관 특별전시회로 시작했다. 이날 박물관 1층 로비에는 100여 년 역사를 가진 국내 유일 ‘32인 상여’를 복원해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복원에는 신탁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이원섭 국가무형문화재 매듭 기능 보유자, 홍성효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기능 이수자, 조경숙 서울시무형문화재 11호 침선장 이수자 등 한국 전통 공예 명장들이 참여했다. 상여에 대한 전문 해설도 호응을 얻었다.

특히 1층 세미나실에서는 김시덕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와 임민혁 한국의례문화연구소장, 박종민 충청북도 문화재 위원장 등 국내 최고의 학술가들과 함께 전통 장례문화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인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죽음은 이별이 아닌 만남’이라는 우리 전통 장례 행사의 취지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죽음에 대한 참 의미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김시덕 교수는 “지금까지 칼을 든 전쟁영웅 이순신으로 만나왔다면, 이번 순국제전은 ‘인간 이순신’을 들여다보는 차원에서 예장(禮葬·국가에서 예를 갖춘 장례)을 준비했다”며 “아산은 장군의 무덤이 있는 도시로, 장군의 영혼이 시민과 함께 지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장군의 죽음을 아산에서 조명하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온양민속박물관에서는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스쿨 홍윤표 교수와 학생들이 그린 ‘이순신 순국제전 특별판’ 웹툰이 소개되며, 장군의 일대기 영상도 상영했다.

또, 박물관 2층에서 ‘복을 불러오는 닭, 행운의 꼭두 만들기’와 ‘고인을 기리는 문구를 달은 깃발, 만장 만들기’, ‘액운을 쫓는 전통 탈, 방상시탈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진행됐다.

저녁 시간 은행나무길 쉼터 미디어 아트월에서는 장군의 새로운 미디어아트 영상이 상영됐으며, 현충사와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이순신 명품 이야기꾼의 해설도 순국제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박경귀 시장은 “그동안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을 기념한 ‘성웅 이순신 축제’를 개최해 왔고, 이제 장군을 아름답게 떠나보내는 순국제전을 열었다”며 “예장은 국왕과 왕실 외에도 국가에 큰 공을 세운 공신에게 허용됐다. 그래서 장군의 운구행렬을 예장으로 고증·재연했다”고 강조했다.

“아산시는 이순신 장군이 영면하신 곳으로서, 성웅의 운구 일화와 장례행렬을 제대로 고증·재연해 장군 순국의 의미와 인간적인 면모를 전국적으로 알리려 한다”고도 했다.

이어 “이를 위해 ‘판소리 이순신가’, ‘현충 제례악’을 창조했고, 32인 상여를 700여 명이 모시고 가는 장엄한 행렬을 진행한다”며 “장군을 아름답게 보내는 걸음걸음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순국제전은 순국 선포식, 전통 국악공연 ‘성웅 충무공 이순신가’ 판소리와 ‘충무공 이순신 현충 제례악’, 이순신 장례행렬, 음복 나눔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편 18일, 온양온천역에서 열린 ‘이순신 순국제전’(이하 순국제전) 순국선포식에서 박경귀 시장은 “순국제전을 통해 ‘전통의 혼’과 ‘우리의 혼’,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혼’이 혼연일체 됐다. 이곳이 ‘이순신의 혼이 숨 쉬는 곳 아산'"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태양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듯이, 그동안 이순신 장군의 초인적인 업적으로 신화적 영웅만 재생산했을지도 모른다. 죽음마저 숨기며 차갑게 쓰러진 인간 이순신의 마지막 이야기를 이제라도 우리가 위로해야 한다. 장군을 제대로 기리기 위해 사백여 년 전의 시대적 정서를 실감할 수 있도록 전통문화를 재창조한 콘텐츠를 기획했다”며 “오늘 선보인 특별공연들은 한국 전통문화의 창조적인 계승의 모범사례가 되고, 아산시 문화정체성과 고품격 예술을 대변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포식 전에는 청년 국악인 이봉근 명창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가’ 특별공연이 열렸다. 고(故) 박동진 명창이 1973년에 발표한 판소리 ‘충무공 이순신’을 복원해 재탄생시킨 무대였다. 원곡은 고 박동진 명창이 3년간 치밀한 자료조사 끝에 창작해 발표한 판소리로, 역사 인물과 전통 음악을 결합한 독보적인 작품으로 예술적 가치가 높았음에도 그의 사후 맥이 끊어졌다.

아산시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가’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더해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살려냈다. 이와 함께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보존회의 ‘충무공 이순신 현충 제례악과 일무’도 펼쳐졌다. 제사 음악의 형식을 빌려 장군의 애국애족 정신과 위엄을 계승하고 업적을 칭송하기 위해 선보인 공연이다.

종묘제례악 선율에 장군의 업적을 주제로 악장, 즉 노랫말을 개작했다. 전통악기의 장중한 선율 위로 이순신 장군의 가락을 구사하는 노래가 중첩되면서, 도도한 기상과 중후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발인 전 마지막으로 올리는 제사인 ‘견전의’도 새로운 모습으로 재연됐다. 이순신 장군의 체백은 차가운 무덤으로 보내지만, 요단강을 건너 저승으로 떠나가려는 장군의 영혼을 이승 아산에서 편하게 머물게 하고자 거행하는 의식이다.

재배와 낭독이 어우러진 조선 시대 전통 제례를 고증된 전통 의식과 현대에 맞게 연출했으며,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친회원분들과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지역주민 등 약 100여 명이 제관복과 굴건제복을 갖추고 참여했다.

이 밖에도 온양온천역 광장 일원에서는 제사음식을 먹으면 복이 온다는 ‘음복 나눔 행사’와 평생 소장할 수 있는 ‘가훈 써주기’, 전통 장례 추모 체험 ‘만장 쓰기’, ‘액운 타파 포토존’ 운영 등 풍성한 전통 장례문화 체험행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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