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대전세종충남헌혈홍보위원 이재현

엊그제 7일은 겨울로 가는 입동이었다. 23일이 소설이니까 절기상으로는 11월부터 겨울이다. 이날 아침 침산동에 된서리가 내렸다. 지붕이 온통 하얗게 내리고 모든 잎사귀들은 다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방앗간에는 들기름 참기름 짜느라 바쁘다. 서리태라고 불리우는 검정콩도 수확을 완료하고 밭에는 무와 배추, 쪽파와 대파, 갓이 크고 있다.

65일이 지나면 다 컷으니 언제든 수확이 가능하다. 즉 김장철이다. 고추밭을 정리하고 퇴비와 비료, 토양살충제, 고토를 뿌려 마늘밭을 만들고 마늘과 양파, 봄 대파를 파종한다. 비닐을 씌우고 흙을 뿌려 비닐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고 다시 위에 비닐을 덮으면 내년 봄에 풍성한 마늘과 양파를 수확할 것이다. 농사는 절기이고 절기는 돌고 도니까 윤회이고 이것이 계속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인생이다.

정년을 하고 늙어가면서 내가 이 일을 즐기는 이유는 좀 더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그 결과가 가족에게 도움이 되니까 하는 것이다. 일이 없다면 무료하기에 전원으로 오는 것이고 또 사람들과 많은 만남에 대하여 젊을 때는 몰라도 그리 많은 만남이 필요 없다.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삶의 흔적이 자손들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집안의 전통이 되고 그 전통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길을 내는 것이다.

담은 헐고 길은 내라, 아전인수 하지 말고 역지사지하며 통크게 살라, 늘 연구하고 독서하며 검소하고 부지런하게 살라. 너무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고 하늘은 끝이 없고 땅은 넓다. 그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깨닫고 그 속에서 발견과 창조의 능력을 발휘한다. 매슬로우의 욕구위계이론의 맨 위에는 자아실현과 초월의 욕구가 있다.

나는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서 예의가 쇠퇴하고 상대를 힘들게 하는 말과 행동이 넘쳐나는 것을 보고 걱정을 많이 한다. 다 말과 글로 전해지는데 너무 상처가 크다. 그것을 보고 듣는 국민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그 결과는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국민이 병들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세계는 온통 전쟁 속에서 돌아가는데 우리라고 무슨 일이 없겠는가 생각하고 정신 차려야 한다.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가 알아야 하고 누가 우리를 위협해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우리네 젊은시절 군 생활은 참 어려웠다. 시설도 낙후되었고 혹서기, 혹한기, 대대전술훈련, 연대전술훈련, 유격, 행군, 구보 이런 생활속에서 나라를 지켜왔다. 그래서 군대동기들을 만나면 특별한 것이다. 고생을 같이 했으니까, 그런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말을 하지말거나 조심해야 한다.

전쟁을 하는 이유는 평화를 위해서이다. 우리는 지금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목표가 희미해지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나라는 모두가 힘을 합치면 지킬 수 있지만 지금처럼 갈라지면 어렵다는게 이치이다.

나라는 정치인이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끌어 가는 것은 국민들이다. 건전한 사고와 비판적사고에도 서로 손을 맞잡고 예의를 지키며 유용한 결론을 내어 그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대화가 오가는 사회가 곧 건강한 나라이다. 남을 모함하고 헐뜯으며 핏대를 세우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축구결승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배드민턴 개인전 결승에서 부상에도 승리하며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했던 그런 좋은 추억들은 우리에게 건강과 행복을 준다. 우리는 그동안 노력으로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

최고가 되면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겨울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따스한 봄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 답은 자연 속에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부디 흩어지지 말고 우리의 모든 것을 모아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헌혈을 하는것도 그중에 하나이다. 모두가 따스한 겨울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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