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최근 충남도 내 기초의회 의원들이 수천만 원의 세금을 들여 치어리더, 개그맨 등을 초청한 단합대회를 열어 ‘혈세 낭비’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빈축성 기사가 지면을 장식했다. 15개 시군의회 중 논산시의회와 부여군의회, 서천군의회를 제외한 12개 시군의회 의원 146명은 3일 천안 태조산 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충청남도 시군의회 의원 한마음 체육대회’에 참가했다. 충남지역 의원들과 직원들의 단합을 위해서라고 한다. 족구, 줄다리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치어리더와 개그맨, 전문 MC가 초청됐다. 그런데 행사 비용은 의원들 사비가 아닌 세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행사엔 총 3,650여만 원이 소요됐다. 치어리더와 개그맨 초청 등에 2,100만 원, 선물 구매 비용으로 860만 원 등이다. 참석의회는 의원 1인당 25만 원씩의 예산이 책정됐다. 당연히 혈세 낭비의 비난이 거세다. 과거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던 기초의회의 오늘날의 민낯이다. 무엇인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민을 위한 겸손한 활동에 매진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의회의 모습이 마치 흥청거리며 혈세를 낭비하는 모습으로 다가서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위한 마지막 봉사자로 무보수 명예직으로 봉사하는 독일의 지방의원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가 그리던 풀뿌리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기초의회의 폐지론이 틈만 나면 제기되고 있다.

요즘 정치 시즌이 돌아왔다. 각종 행사가 차고 넘친다. 체육대회는 물론 출판기념회다 뭐다 해서 난리다. 이른바 얼굴 알리기 행보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주종을 이룬다.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행사의 규모나 이해득실을 따지며 이곳저곳에 축전을 돌리고 대신 참석해 지역행사에 이름을 남긴다. 그런가 하면 지역별로 신진 인물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가 부쩍 많아졌다. 당연히 지역위원장들의 긴장감이 예사롭지 않다. 여야를 막론하고 벌써 출사표를 던지는 인물들의 결기가 대단하다. 양보 없는 한판 대결이 경선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2대 총선이 내년 4월 10일이니까 이제 그야말로 5개월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중앙의 정치도 혁신이니 친명이니 비명이니 하면서 난리다. 점차 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기득권 세력들은 철밥통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세력들은 기존의 틀을 왕창 뒤흔들어놓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여전히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이지만 지방선거를 포함하면 2년마다 리턴매치에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만년 정치 미아도 생기고 있다. 늘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독기를 품고 달리는 정치인들의 결기 어린 행보도 보게 된다. 자신들에게는 입신양명의 기회가 바로 선거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그러나 정작 훌륭한 인물들은 뒷전에서 관망하거나 아예 정치판에 기웃거리지도 않고 있다. 너무나 혼탁하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이라 자칫 패가망신하지 않을까 해서 좀처럼 나서질 않는다. 기득권 세력의 텃세의 벽을 넘지 못하는 한계 상황도 있다. 새로운 인물이나 훌륭한 인재들의 정치 등용문이 너무나 좁다. 타성에 젖은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지방자치와 중앙정치를 장악하면서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인물 등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정치 시즌이 되면 유독 참신한 인물이나 듬직한 인물이 그리워지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정치는 정당을 통해서 이뤄진다. 자유민주주의의 선거를 통해 국민이나 주민의 위임자를 찾는다. 정치 없이는 나라든 지방이든 돌아가지 않는다. 정치는 권력을 쟁취하는 행위이자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고자 하는 그릇이다. 정치 시즌이 되면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천타천이든 권력을 향한 집념을 불태운다. 그런 정치인들이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의회 의원도 된다. 그러고 보면 정치는 권력을 향하는 길임이 틀림이 없다. 정치인은 공인이다. 정당은 공인인 정치인을 배출하는 집단이라고 한다면 올바른 정치인을 배출하는 것은 정당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늘 검증이란 단어를 선거철마다 내놓고 인물을 가리는 작업은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은 검증이란 이름 뒤에는 작당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았던 대한민국 정치다. 이른바 끼리끼리 정치이자 작당 정치다. 내 사람 심기 정치이기도 하다. 정치에서의 대물림 현상이 여전하다. 여기에다 지역색까지 합쳐져 영호남의 정치는 특정 정당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 선거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정치질서가 아닌가 싶다. 공천 곧 당선이니까 누가 이곳에 낙점되느냐가 곧 승리자인 셈이다. 참 쉬운 정치 현장이다. 그러다 보니까 요즘 등장하는 용어가 험지 출마라는 것이다. 험지는 말 그대로 험난 땅이다. 보통 해당 지역에 특정 정당 득표율이 40% 이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정당정치 이면에는 장관 차출 등 유명 인물 물색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을 듯싶다.

이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지방에서는 자천 타천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지방 정가의 군웅할거시대를 맞고 있다. 국민의 바람은 정치혁신이지만 그 혁신을 주도할 인물이 과연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등장인물인지는 의문이다. 지방 정가의 총선 열풍은 지역민의 무관심과 아랑곳없이 불어대고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지역민에게 존경받는 인물인지 아닌지와 겸손하고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중앙정치의 방향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세몰이와 이합집산은 은밀하게 진행 중이다. 내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한다며 여당은 여당대로 혁신한다며 난리다. 그동안 다수당을 차지하며 재미를 본 야당은 야당대로 수성 전략에 내세우고 있지만 친명과 비명의 계파 갈등이 봉합될 것인지 아니면 찢어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앞으로 정치 지형의 변화가 여당과 야당의 공천 상황에 따라 크게 요동칠 것은 자명하다. 벌써 신당이 출현하고 신당 창당설을 솔솔 풍기는 것은 보면 선거철이 도래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한다. 지방정치도 이합집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힘들게 입성한 21대 국회의 국회의원을 한번 살펴보자. 분명한 것은 각종 불법과 탈법에 연루된 낙제점이라는 사실이다. 국민 앞에 모범을 보여야 할 상당수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치욕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대립과 분열, 갈등의 정치를 일삼으며 선동정치와 거짓이 난무하는 정치의 장을 만든 책임도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돈키호테식 정치에 여념이 없는 정치 행각도 너무나 자주 본다. 식상한 모습이다. 몽니 정치와 네 탓 정치도 마찬가지다. 중후하고 멋진 모습을 보기 힘들다. 나라를 위한 정치보다는 인기영합주의에 매몰되어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다. 한전을 보라. 만년 적자 타령에 요금 인상 타령이다. 국민은 전기만 쓰고 열심히 전기료를 내고 있는데도 그렇다. 아니 국민이 전기료를 외상으로 사용했는가 아니면 떼먹었는가 답해보라. 그동안 무엇을 하고 돈은 어디에 썼기에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지 황당하다. 그 많은 태양광은 무엇이고 원자력발전은 왜 뒤로 갔는지를 답해야 한다. 이는 정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를 위해 국민이 선출직을 뽑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인물이 세상을 뒤집어 놓는 것이다. 22대 국회의원은 21대 국회의원 같아서는 결코 안 된다. 내년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은 과연 내가 이 나라의 운명을 짊어질 국회의원으로 합당하고 적임자인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아니면 뒤로 물러서야 한다. 소인배이면서 대인배인양 과대 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유권자만 피로할 뿐이다. 표리부동하고 교만하며 권모술수만을 생각하는 인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결격자다. 요즘 등장하는 인물만을 놓고 보면 대한민국 정치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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