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제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세계인은 전쟁의 주범인 나치독일의 히틀러를 잊은 적이 없다. 세계 정복의 헛된 야망을 갖고 온 세계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1939년 9월 1일에 일어난 나치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이에 대한 영국과 프랑스의 대독 선전포고에서 발발하였다. 수천만 명에 이르는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히틀러는 자살하고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되면서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종결됐다. 세계는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 동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으로 재편되었다.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도 커다란 변동이 나타났다. 전승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을 중심으로 1945년 10월 24일 국제연합이 창설되어 오늘에 이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더불어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당시 유럽에 살고 있던 1,100여만 명의 유대인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0여만 명의 유대인들이 학살되었다. 특히 나치독일이 자행한 학살은 그 잔학성에 온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홀로코스트란 이름으로 대변되는 이 학살은 인간의 폭력성, 잔인성, 배타성, 광기가 20세기 인류 최대의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어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규모로 1950년 발발해 3년에 걸친 6.25 전쟁으로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600만 명가량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민간인 희생자는 2차대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족상잔의 잔학성도 상상을 초월했다. 이산가족 가족 수만도 1천만 명에 달했다. 국민 생활의 터전과 사회경제 체제는 황폐화했다. 모든 것이 초토화했다. 잔학하고 참담한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직도 전쟁이 종결된 것이 아니라 정전 상태에 머물고 있다. 우리는 잔학한 전쟁의 참상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한 국민이다. 작금의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이 예사롭게 보여지지 않는 이유다.

한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이 주류를 이루다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기습침공으로 빚어진 이스라엘 전쟁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시시각각 벌어지는 전쟁 소식이 점점 더 잔학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자들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개전 이후 전쟁 20일째 누적 사망자가 7,028명이며 이 가운데 2,913명이 아동, 1,709명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경찰과 군은 하마스 공격으로 민간인 808명과 군인 309명 등 총 1,11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개전 이후 불과 3주 만의 희생자들이다.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받은 가자지구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아비규환의 생지옥이다. 지상전이 전개되면 앞으로 얼마나 더 민간인들이 희생될지 알 수가 없다. 자칫 제5차 중동전쟁이나 제3차 세계대전이 촉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매우 크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지상전 전개 상황이 미국과 이란 등 주변국들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사롭지 않다.

가장 문제인 것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물과 식량, 연료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구호품이 일부 들어가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UN도 우려하고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검문소 통행로를 통해 식료품과 의약품 등이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구호물자로 연료는 제외되어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반대 때문이다. 민간인들은 최악의 상황에 부닥쳐 있다. 이집트 국경을 마주하고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난민 생활이다. 구호 물품이 전달된다 해도 제한적이고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다만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 물품 전달이라는 명목으로 식량과 물, 의약품이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다. 해당 물품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들의 장래가 어떨지 참담하다. 전쟁이 더욱 최악으로 치달으면 가자지구는 생지옥의 현장이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21세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이스라엘 전쟁에서 전쟁의 잔학성과 비정함을 목도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잔학한 전쟁의 아픈 경험을 치렀다. 전쟁이 발발하면 무수한 민간인들이 희생자로 전락한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에서 그 참상이 전개되고 있다. 종교전쟁과 영토전쟁, 이념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전쟁의 발발에는 알게 모르게 작당하는 국가들이 뒤에 존재해 더욱 암울하다. 이번 전쟁의 뒤에는 이란이라는 뒷배가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심지어 러시아까지 등장한다. 21세기 세계질서를 뒤바꾸려는 세력들의 무모한 전쟁 놀음에 또다시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도시가 초토화되고 민간인들이 무참히 희생되는 것을 보면 자비와 사랑이란 용어가 무색하다. 더욱이 어린아이, 여성들이 희생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참담하다. 전쟁은 멈춰야 한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아비규환이다. 가자지구의 절규하는 민간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비참하다. 기습침공으로 전쟁을 유발하며 영유아까지 살상을 서슴지 않았던 하마스의 악랄한 작태도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전쟁범죄임이 틀림없다. 저 멀리 남의 나라 전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남북상황도 살얼음판과 같이 예사롭지 않은 형국이다. 이런 비극적 상황이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 하루속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멈추길 바랄 뿐이다. 국제연합 UN의 역할조차 속수무책이어서 안타깝기는 하다. 전쟁이냐 평화냐는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위정자들도 신선놀음에 세월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이 방심은 절대 금물이라는 사실과 유비무환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잔학한 전쟁이 던져주는 뼈아픈 교훈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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