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병무청 차장

‘병무청’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기관으로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안보를 위해 병역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병무청의 최우선 임무이지만, 그 외에도 국민의 안녕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여 병역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1949년 병역법 제정 시부터 도입된「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제도이다. 이 제도는 가족의 부양비(남자 1:3, 여자 1:2), 재산액(’23년 기준 9,480만원), 월 수입액(보건복지부 고시 의료급여 선정기준으로 중위소득의 40% 이하)이 모두 기준에 해당할 경우, 병역의무자를 사실상 입영 등 의무가 없는 전시근로역에 편입시켜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군 전투력 향상에도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조선시대「경제육전(經濟六典)」에 노부모를 봉양하기 위하여 군역을 면제한 ‘시정법’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듯이, 생계가 어려운 사유로 병역을 감면시키는 것은 가족주의에 기반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30여 년을 병무청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의미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가족이 장애인과 미성년 동생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던 병역의무자를 감면시켰던 경험은 병무청 직원으로서의 보람, 더 나아가서는 공직자로서 국민을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21년 선진국으로 지위를 부여(2021.7.2. 유엔무역개발회의 발표)받은 우리나라는 저소득층을 더 두텁고 촘촘하게 보호하는 약자복지 정책기조를 반영하여 생계, 의료, 주거, 교육의 기초생활 보장수준을 개선하는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강화하고자 2024년 병 봉급 인상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계유지곤란사유로 병역을 감면받는 병역의무자도 2018년 1,000여 명에서 작년 말 540명 수준으로 감소하는 상황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언제 어디에나 사회적 약자는 있기 마련이므로, 병무청에서는 공정과 형평성은 높이되 이들에 대한 배려는 소홀해지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병역의무자 외 장애인, 영유아, 고령자 등 보호받아야 하는 가족만 남아 있는 경우에는 우선하여 병역감면을 처리토록 할 예정이다.
둘째, ‘병역면탈 가능성 예방 및 차단’으로, 가사상황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가사상황의 변동이 없음에도 입영 및 소집 연기를 목적으로 하는 반복적인 생계곤란사유 병역감면 신청도 제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공동활용 서비스를 활용하여 시스템 상으로 확인이 가능한 서류는 제출을 생략하는 등 생계곤란유지사유 병역감면 신청서류를 간소화하여 민원인 편익을 도모할 계획이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지원이 필요한 병역의무자와 그 가족에게 ‘무엇이 더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무엇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 미래에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등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할 것이며, 국민과 따뜻한 동행을 할 수 있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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