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2040년 50% 이상 대학 미충원 미래 50년 협력체계 구축해야"

▲ 89개 인구감소지역 2021년 지정(좌)과 2022년 청년층 순이동 현황(우)(그래프=행정안전부, 통계청)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청년층 수도권 집중 심화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인 지방대학 활성화를 위해 ‘특구책(특성화-구조조정-책무강화)’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성균관대학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에게 의뢰한 <지역 인재육성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지방대학 발전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지방인구 감소,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현상,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지방대학이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가 2021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개 지자체 중 95%(85개)가 지방이다. 작년 통계청의 광역자치단체별 청년층(20~29세)의 순이동 현황을 보면 수도권은 6만4000명이 증가한 반면 영남권(4만1000명), 호남권(1만8000명), 중부권(2000명)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신입생 미충원률을 살펴보면 수도권 일반 4년제 대학은 1만여명(5.3%)인 것에 비해 비수도권 대학은 3만여명(10.8%)이 미충원되어, 지방대학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22년 출생아수 25만명, 대학입학정원 47만명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40년 초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현재의 저출산과 신입생 미충원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40년에 지방대학의 최소 50% 이상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벚꽃 피는 순으로(서울에서 멀수록) 소멸될 수 있다는 ‘지방대학 벚꽃엔딩’ 속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소멸될 수 있다’는 ‘벚꽃엔딩’ 대학 속설을 검증하기 위해 대학정보공시를 바탕으로 서울(경복궁)에서 전국 모든 대학의 주소지와 위도․경도를 반영한 거리를 산출 후 거리에 따른 2023년도 대학 신입생 경쟁률, 신입생 충원율, 졸업자 취업률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대학 신입생 경쟁률은 서울지역 대학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경향은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자 취업률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예컨대 서울지역 대학들의 경쟁률은 최대 20대 1 내외로 높은 반면, 수도권을 벗어나 충청 및 대전지역에 이르면 경쟁률이 10대 1 정도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대학 신입생 경쟁률과‘벚꽃엔딩’, 서울에서 떨어진 거리 분포 관계를 알아봤다. 분석대상 대학은 특수한 목적을 지닌 산업대학, 교육대학, 사이버대학, 전문대학, 각종 학교,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및 단일학과 중심의 종교계 대학 등을 제외한 4년제 일반대학 선정했다.

정원 내 학생모집규모로 최소 250명 이상인 대학 중에서 지역위치별로 본교와 분교, 캠퍼스를 개별단위로 고려한 166개 대학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인한 지방대학 위기는 단순히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라며, “지역 경쟁력의 원천인 지방대학 살리기를 위해 정부-대학-지자체-산업계가 미래 50년을 위한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 신인생 경쟁률과 '벚꽃엔딩', 서울에서 떨어진 거리 분포 관계(자료=한국경제연구원)
대학 신인생 경쟁률과 '벚꽃엔딩', 서울에서 떨어진 거리 분포 관계(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경협은 특(특성화)․구(구조조정)․책(책무강화) 등 지방대학 발전을 위한 5대 정책과제 제안했다. 보고서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재정립, ▲지역균형발전 전담 주무행정부처 설치, ▲대학 재정투자 확대, ▲특(특성화)․구(구조조정)․책(책무강화) 전략, ▲대학운영 거버넌스 개편 등을 제시했다.

우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이 지역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 도출을 할 수 있게 정책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여년 전 수립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최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합법률안)’으로 바뀌었으나, 기본적으로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지역소멸의 우려가 훨씬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와 같이 단순한 각 부처의 예산 통합, 유사중복사업, 정권 교체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 부족 등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통합법률안의 목적과 기본원칙을 새롭게 마련하는 등 특별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국가균형발전법)은 2004년에 제정, 운영되어 오다가 2023년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법)과 통합되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통합법률안)이 올해 7월 제정됐다.

지역 균형발전을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칭)‘인구 및 지역발전 미래부(청)’처럼 전담 주무행정부처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지방시대위원회(과거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있으나 지난 수십년간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전담기관이 없으면 정책의 계획, 실행, 점검 등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은 정부-대학-지자체-산업체 전반이 연결된 사회정책 문제로 확대되고 있어, 정부내 전담기관은 더욱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프랑스에서도 2020년에 ANCT라는 국가지역통합청을 통해 범정부차원의 지역균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ANCT는 2017년 전국 영토 회의에서 공화국 대통령이 발표해 2019년 7월 22일 법률에 의해 2020년 1월 1일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보고서는 지방대학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재 OECD 주요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0.7%의 대학교육 재정투자 비중을 OECD 주요국 평균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내국세의 20.79%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초․중․고 교육 지원에 활용되고 있으나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해 대학 교육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교부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현재 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글로컬대학 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나 지방대학이 새로운 형태의 지역혁신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로컬 대학이란 글로벌과 로컬(지역)의 합성어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지방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지방대학 30곳을 선정, 1개 대학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재정 지원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있기 위해서는 특(특성화)․구(구조조정)․책(책무강화)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대학의 특성화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과감한 지방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책무성도 강화하는 성과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지방대학 발전은 특성화, 구조조정, 책무강화 등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질 때 실질적 성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지역인재 양성-취업 확대-정주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지방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 지자체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현재 4년 단임 형태의 대학총장 거버넌스 구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정부에서 대학으로 지역혁신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따라 대학 거버넌스도 개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총장은 대체로 1회 4년 임기가 73%로 가장 높은 반면 미국 주요 대학의 총장들은 수십년씩 대학총장으로 있으면서 우수한 지역인재 양성을 비롯, 대학과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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