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사드의 전쟁이 발발해 온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잔학한 참상 때문이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촉발된 이번 전쟁은 무고한 민간인을 무참히 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하고 잔악하기 그지없다. 지금까지 양측의 사상자는 모두 1만 명이 넘고 있고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교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300여 명, 부상자는 3,2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만 어린이 447명과 248명의 여성을 포함해 1,417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사망자 31명을 더하면 총 1,448명이다, 팔레스타인 측 전체 부상자는 6,868명으로 파악됐다고 알려졌다. 이는 사상자 규모가 1만 명을 넘긴 수치이다. 불과 6일 만의 일이다. 6천 발 이상의 폭탄이 가자지구에 쏟아졌다. 하마스는 이미 7천 발의 로켓을 이스라엘 날리며 대대적인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이스라엘이 하마스 목표물을 겨냥한 대대적인 보복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특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가자지구는 거의 초토화됐다.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무고한 민간인이 되고 있다. 아비규환의 현장이자 생지옥이 따로 없다. 국제법 타령은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다 처음 하마스는 예루살렘을 포함한 이스라엘 도시에 수천 발의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 기습공격하면서 120명 이상의 인질을 납치했다. 민간인과 군인들이다.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다. 납치된 인질도 외국인들이 다수여서 초미의 관심사다. 하사드는 22개 이스라엘 도시와 군 기지에 침투해 거리에서 집에서 민간인을 무참히 죽이고 인질을 납치해 갔다. 인질을 인간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등이 석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기습적인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그야말로 독이 올랐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가 며칠 만에 초토화되고 남부지역으로 대피하라는 경고까지 내려진 마당에 인질 문제가 얼마나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벌써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따른 상황에서 일부 인질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참으로 비극적이다. 온 세계가 경악하며 하루속히 비극적인 상황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

이번 전쟁 발발의 상황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차이가 난다. 월등히 우세한 군사력을 갖춘 러시아가 금방이라도 끝낼 것같이 지난해 2월 24일 침공한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사드의 전쟁은 다르다. 이번에는 2년여를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이스라엘의 군사력에 비해 턱없이 약한 군사력을 갖고도 마치 이길 듯이 기습 공격을 감행한 하사드의 공격이기 때문이다. 무모한 것인지 용감한 것인지 참으로 의아할 정도다. 기습적으로 침투해 주로 나약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많은 잔혹한 살상을 자행했다는 점에서도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심지어 영유아까지 잔학하게 죽였다. 한마디로 광란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무수한 민간인들이 처참하게 죽어갔다. 인면수심의 무자비한 전쟁이 21세기를 혼돈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 공격은 주변 시리아와 헤즈볼라 등과도 연계되면서 전쟁 확산의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혹시 3차대전이 이곳에서 벌어지지는 않을지 벌써 우려감이 크다. 지금은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극한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얼마나 많은 희생이 뒤따를지 막막한 전쟁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하사드의 전쟁은 마치 종교전쟁과 같아 보인다.

우리가 주목할 점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동안 평화에 젖어있던 유럽을 잠 깨우게 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침공에 놀란 각 나라들은 전력을 증강하기 위해 부랴부랴 나섰다. 대표적인 국가가 폴란드다. 우리나라로부터 전차와 자주포 등 무기를 구매하며 국방력을 한층 강화했다. 루마니아, 핀란드 등 다른 나라들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가볍게 보았던 전쟁을 가까이서 보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여기에다 이스라엘과 하사드의 전쟁이 촉발된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유럽은 물론 전 세계가 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하며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는 군비증강이 세계적인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전개되는 험악한 국제질서 속에 살아남기 위한 자구노력 없이는 그 누구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6·25 전쟁이란 엄청난 비극을 겪은 나라다. 그것도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으로 무수한 인명이 희생되었다. 6·25전쟁은 127만 명의 사망자를 낸 전쟁이다. 남북 민간인은 약 53만 명, 한국 군경은 14만 명, 북한군은 52만 명이 숨졌다. UN군 사망자 중에서 미군의 사망자가 수가 약 89%인 3만3,669명이다. 전시 무수한 민간인 학살이 곳곳에서 자행됐다. 서울대학교 부속병원 학살 사건, 함흥 학살 사건, 영광군 학살 사건, 303고지 학살 사건, 대전교도소 학살 사건,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 보도연맹 학살, 산청·함양 양민 학살 사건, 국민 방위군 사건 등등 곳곳에서 벌어진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쟁 동안 남한과 북한을 합쳐서 약 300만 명 가까이 사망 또는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전쟁이나 2차 세계대전에 비해서도 한국전쟁은 민간인 사망자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런 비극적인 6·25전쟁 발발 73주년을 맞는 지금도 불안한 평화를 누리고 있는데도 정전상태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나라 형국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의 참상은 특히 우리나라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너무 크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현실이다. 남북한의 심각한 대치 상황에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스라엘 정치권처럼 분열과 대립으로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당하며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당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21세기 전쟁은 발전된 무기만큼이나 상상을 초월한 인명 살상과 비극적인 참상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더욱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힘없는 평화는 공허한 메아리임을 자각해야 한다. 늘 방안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권의 각성이 요구된다. 이스라엘 정치권이 반면교사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두 전쟁의 비극적인 상황이 우리의 대비 태세에 엄청난 경각심을 던져주고 있다. 늦기 전에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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