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직장내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발표…언어폭력과 따돌림 유형 가장 많아, 피해자의 81.7%는 사원·대리급

▲ 지난 3월 8일 열린 제115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전국여성노동자대회. <사진= 한국노총 제공>

한국노총이 4일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은 61.5%였으며, 여성(68.9%)이 남성(48.8%)보다 높았다. 피해자 직급은 사원급이 51.6%로 가장 높았고 대리급 30.1%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직장 내 언어폭력이 46.3%로 가장 높았고, 따돌림을 경험한 비율도 39.5%에 달했다.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와 중앙연구원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에 기반한 괴롭힘 실태를 알아보고자 한국노총 남녀조합원 1,600명을 대상으로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 ‘언어폭력’, ‘사생활 침해’, ‘직장 내 따돌림’, ‘직무배제 및 위협’, ‘직무강요 및 통제’, ‘제도적 제한’(연차휴가, 병가, 육아휴직 등)으로 유형화했다. 조사 결과 직장 내 언어폭력 유형이 46.3%로 가장 높았고. 언어폭력 중에서도 ‘다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큰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냄’이 가장 많았으며, 월 1회 이상 지속·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비율도 48.4%에 달했다. 직장 내 따돌림을 경험한 비율도 39.5%로 높게 나타났으며, 제도적 제한 38.4%, 직무배제 및 위협 31.3% 등이 뒤를 이었다. 신체적 폭력 및 위협은 19.0%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사원급이 51.6%로 가장 높았고 대리급 30.1%, 과장급 12.9%, 차장급 2.5%, 부장급 이상 2.9%였다.



민간부문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비율은 59.3%고, 공공부문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비율은 민간부문보다 11.9%p 높은 71.2%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실태도 함께 살펴봤다.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은 ‘성별에 의한 일반화 및 낙인’, ‘성역할 고정관념’, ‘성별 비하, 혐오 발언’, ‘부적절한 호칭 및 지칭’, ‘외모지적 및 품평’, ‘성희롱’ 6개 범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직장 내 성적 괴롭힘 경험은 여성 53.0%, 남성 27.0%로 나타났고,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의 가장 대표적 유형으로는 특정 성별에 특정 역할를 강요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31.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경험은 남성 16.8%, 여성 39.4%였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노동시장 내 고착된 것으로 확인된다.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의 주된 가해자 지위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관리자)가 58.3%를 차지했고,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 18.5%, 비슷한 직급의 동료 17.5%, 사용자의 친인척 3.3%,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 1.5%, 하급자 1.0% 순이었다. 그동안 직장 내 성적 괴롭힘 유형 중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적희롱 경험 비율은 10.1%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 시 대응방안으로는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음이 38.7%, 이직·퇴사를 고려하고 있음 26.2%, 휴직하거나 휴가 5.8%로 나타났다. 직장 내 고충처리기구와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통한 대처는 12.4%에 그쳤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관심과 의지(21.6%), 직장 내 성평등 또는 인권에 대한 교육(21.9%), 징계 및 처벌을 통한 경각심 유도(18.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1차 의료에서 우울장애의 진단을 위해 널리 상용되고 있는 PHQ-9와 불안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GAD-7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개별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예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은 개별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1차의료에서 상용되는 PHQ-9을 통한 우울증 선별 결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중 지역센터나 전문기관 방문이 요구되는 중간 정도의 우울은 26.9%, 전문기관의 즉각적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우울은 6.2%였다. GAD-7을 통한 불안장애 측정 결과는 피해자 중 30.2%는 관찰과 관심이 필요한 상태, 15.4%는 추가적인 평가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6.3%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과도하고 심각한 걱정과 불안 상태로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장진희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이 직장 내에서 개인의 인격권과 평등권, 건강권 등 광의의 노동인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아닌 고용노동부 등 외부기관을 통해 신고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퇴사로 이어지는 점 등은 여전히 문제”라고 평가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직장 내 괴롭힘 정의는 독일이나 프랑스와 달리 단발성 혹은 일회적인 행위라고 할지라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직장 내 괴롭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무엇보다 법원의 괴롭힘 위법성 판단기준인 지속성과 반복성과 불일치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근기법 적용 제외 사업장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보호방안 마련 △ 직장 내 괴롭힘 법적 판단기준과 현행 개념 정의방식 일치 △소규모 사업장 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2차 가해 구제방안 △법 개정을 통한 사업주의 증명책임 부담명시 등을 시급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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