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이 무너지는 교권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학부모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교원단체들이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점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역시 유사한 이유로 군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교사들이 세상을 등지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지난 4일 서울에서 대규모집회를 열고 교권 보호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공동체 상호존중의 날'로 정해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의 위험성을 알리고, 교육 주체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아동학대 관련법을 개정하고, 학교폭력법의 관계 법령을 정비하여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권을 법률적으로 구체화할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로 인해 교권이 침해받으면서 교사들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 속속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존경심과 교육풍토는 그야말로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교육연대는 또 아동학대 관련법을 개정하고, 학교폭력법의 관계 법령을 정비하여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권을 법률적으로 구체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들의 고통스러운 교육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선생님들이 교단을 떠나 길거리로 나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할 지경이 되었는지 안타깝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해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 갑질이 교권 침해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더욱 가관인 것은 심지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빚어지고 있다. 충격적이다. 요즘 뒤늦게 밝혀진 교사 폭행 사건이 이런 교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로 광주광역시 한 고교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여성 담임 교사가 남학생에게 폭행당해 입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폭행한 학생은 퇴학 처분받았다. 광주광역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오전 광주광역시 한 특성화고교 2학년 교실에서 남학생(16)이 여성 담임 교사를 5분간 폭행해 실신시킨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당시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제비뽑기로 자리 배치를 하는 중이었고, 이 학생은 희망하는 자리에 배정되지 않자 격분해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교사는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받은 뒤 한 달가량 출근했다고 한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얼마나 정신적 충격도 클 것인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교권 추락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6학년 담임을 맡은 여성 교사도 6월 30일 자기 반 남학생에게 폭행당했다. 여교사는 당시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해당 학생은 전학 조치가 취해졌지만 이 역시 충격적이다. 이렇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 3명 중 2명은 언어폭력, 5명 중 1명은 신체 위협 및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사 10명 중 4명은 심한 우울 증상이 있으며 6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무너지는 교권은 교사들의 정신건강과 공교육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교육계의 심각한 면모가 우후죽순처럼 드러나고 있지만 그동안 쉬쉬하면서 세상에 드러내지 않은 사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에도 대전과 충북 청주시에서 초등 교사가 잇달아 사망했다. 두 달 사이 서초구 서이초 교사를 비롯해 경기 용인·의정부시, 양천구, 전북 군산시, 제주 등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만도 9건에 달했다. 교사들의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교단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법과 제도가 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말한다. 교원단체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소송, 악성 민원 등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병가·질병 휴직 중인 선생님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교사들의 우울 증상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 헌신하는 교사들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고통을 겪고 심지어 자살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은 오늘날 교단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코 일회성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교사들이 대규모집회를 열어 마치 “우리를 살려달라”,“우리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식으로 왜 항변하고 있는지를 깊이 살펴야 한다. 암담한 현실에서 토로하는 절규는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심경일 것이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자살에 이어 도미노처럼 잇따르고 있는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이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 교육 현실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탁상공론으로 교권 보호를 외쳐야 할 때가 아니다. 문제가 많다. 국회는 당장 나서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입법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국회는 이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포플리즘에 젖은 입법으로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는 국회 입법은 국민 고통만 심화시킬 뿐이다.

교단도 자정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념교육으로 학생들의 역사의식 등을 왜곡시키는 교육 양태를 벗어나야 한다. 노조가 생기면서 선생님이 근로자, 노동자로 변모된 지 오래다. 그동안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훈육이나 생활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떠들어도 그만이다. 잔소리는커녕 학생들의 행동을 방관하고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난리를 피우니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체념의 교육 현장이 되어버렸다. 인성을 논하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높지만 기실 문제 학생에 대한 교육적 대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왔다. 교사들도 문제 학생들과의 마찰을 피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선생님의 길인지 근로자, 노동자의 길을 가는지 냉철히 판단하고 가치관과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아쉬운 것은 학교 건물이나 교육시스템은 첨단화하고 선진화하고 있지만 이는 외형적일 뿐 스승 존경의 풍토는 옛말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갑질 학부모와 폭력적 문제 학생들로 인해 황당하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교육 현장에서 버젓이 펼쳐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이를 말한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충격을 던져주었다. 교단에서 수업 중인 여교사 뒤에 누운 채로 한 중학생이 케이블이 연결된 휴대전화기를 들고 조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퍼지며 회자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성찰해야 한다. 곪아 터질대로 곪아 터졌다. 이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라고 한다면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달라져야 한다. 말로만 교권이 아니다. 학생들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지만 악질적인 폭력 행위와 학부모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까지 보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제 교육 현장의 모든 문제를 다 펼쳐놓고 어디에서 무엇부터 꼬여서 이처럼 황당한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자. 무너지는 교권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국민의 걱정이 하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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