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철근을 빼먹고 짓던 아파트 무량판 주차장이 무너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사고 이후 전국적으로 이른바 순살 아파트를 찾는다며 지방자치단체는 호떡집 불이 난 듯하다. 건설현장기동반을 운영하는 광역시도 나타났다. ​LH가 철근을 빠트린 아파트 단지 15개 단지 명단이 최근 공개됐다. 국토부 장관까지 나섰다. 설계, 시공사, 감리에 참여한 업체들도 공개됐다. 이 가운데는 이미 입주를 마친 아파트도 있다. 공주 월송을 비롯하여 아산 탕정, 파주 운정, 남양주 별내, 음성 금석 등 5곳의 단지다. 입주 중인 아파트는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와 수서역세권, 수원 당수, 오산 세교2 등 4곳이고 공사 중인 곳은 파주 운정3, 양산 사송, 양주 회천, 광주 선운2, 양산 사송, 인천 가정2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10곳은 설계단계부터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5곳은 시공과정에서부터 설계 도면대로 전단보강근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LH는 9월 안으로 보강공사를 완료한다고는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오죽하면 철근이 누락된 순살 아파트라는 치욕적인 명칭이 등장했을까 싶다. 2023년 4월 29일 밤 11시 30분경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1층 지붕 층인 어린이 놀이 지하주차장 2층의 지붕 층이 연쇄적으로 붕괴하여 무너져내린 사고가 아니었다면 밝혀지질 않고 쉬쉬하면서 넘어갈 것은 뻔하다. 정말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민간아파트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293개 단지를 대상으로 9월까지 조사하고 있으니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자못 궁금하다.

GS건설은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로 인해 모두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것 같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책임 주체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처분하겠다”라고 발표하였다. 국토부는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시공업체인 GS건설 컨소시엄 및 협력업체에 대해 부실시공을 이유로 국토부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을 추진하였다. 또한, 서울시가 불성실한 안전 점검 수행 등의 이유로 GS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 처분해달라는 국토부 요청을 받아들이면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목양 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인 건설사업관리자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을 이유로 6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건설공사 주요 구조에 대한 시공·검사·시험 등을 빠뜨렸다는 점을 이유로 이 업체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경기도에 요청할 계획이다. 설계업체인 유선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자격등록 취소나 업무정지 2년을 요청하였다. 또한 관계 전문기술자에 대해서는 서울지방국토청장이 자격정지 1년을 처분하기로 하였다. 국토부는 특히 설계·시공·감리 업체의 관련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할 예정이어서 이 파문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LH자료에 따르면 순살 아파트뿐만 아니라 아파트 하자도 상상을 초월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LH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는 총 25만199건으로 나타났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지난 2018년 2,561건이던 하자 건수는 2019년 1,748건, 2020년 2,337건으로 비슷했지만, 이후 2021년 11만5,392건, 2022년 12만8,161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는 2021년부터는 주택법 개정 사항 반영함에 따라 천정·벽체 누수 같은 중대한 하자가 아닌 마루 들뜸·창호 틈새 같은 일반 하자도 집계에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하자 발생은 현대건설, 한화건설, 디엘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에서도 상당수 드러났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충북 충주에 있는 639세대 아파트에서는 무려 4,888건의 하자가 확인돼 세대당 7.65건의 하자를 보였으며, 한화건설은 세대당 11.62건의 하자를 기록해 하자발생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11.12건의 두산건설 순이었다.

이런 정도라면 민간아파트는 과연 어떤지 모를 일이다. 건설 건축의 기본적인 철근까지 누락시키면서 안전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 중의 착각이다. 인천의 붕괴 사고가 바로 이를 말한다. 언제든지 과거 삼풍백화점처럼 비극적인 붕괴 사고가 발생한다면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토지공사와 통합해 한국토지주택공사로 공룡화한 조직이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더욱 발전하고 건실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동안 임직원 땅 투기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니 이제는 부실 공사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니 공조직으로서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더욱 황당하고 가관인 것은 주택공사 노조의 반성하지 않는 뜬금없는 기자회견 내용이다.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근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은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공급정책 강요와 품질안전 확충 요구를 묵살한데 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전관예우도 “이번 사태의 원인인 것처럼 진단하는 것은 국민 안전과 동떨어진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우려된다”라는 황당한 주장도 하고 나섰다. 이런 의식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제대로 업무가 추진될 리 없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업체 선정과 계약과정에서 유착관계가 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가려 일벌백계해야 한다. 아파트 부실은 붕괴 사고가 발생하며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차제에 LH를 종전처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하여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할 때다. 이를 미루면 향후 어떤 사태가 또 빚어질지 모른다. 지금 하는 행위를 보면 마치 사후약방문이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민간아파트도 걱정이다. 철근 누락은 누락한 철근만큼 돈 빼먹기이며 대형사고 유발시킬 수 있는 범죄행위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