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 사회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 흉악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무고한 시민들이 무차별적인 흉악범죄로부터 목숨까지 잃고 있다. 비정상의 극치를 걷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날로 증폭되고 있다. 호신용품의 구매도 급증하고 있다. 자신을 스스로가 보호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강력범죄의 유형이 흉악한데다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흉악범죄를 보면 묻지 마 칼부림 형태가 유독 두드러진다. 지난 7월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 이어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에 이르기까지 흉포하기 그지없다.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분당 서현역 AK플라자에서는 무려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흉기 난동 범인들의 나이를 보면 신림역은 33살, 서현역은 22살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정신 병력을 운운하지만, 흉기를 사고 범행을 미리 준비했다는 점에서 병력 사안으로 치부할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대낮에 무차별적인 살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는 점에서 잔악한 심성을 보게 된다. 무고한 시민들이 그 피해자가 되었다. 예방대책이 필요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보는 피해라 생각보다 쉽게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황당한 흉악범죄가 창궐하는 최근의 대한민국 사회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칼부림 사건이 벌어지자 전국적인 모방범죄의 양상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날로 사회불안이 가중하고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칼부림 미수 사건도 발생했다. 사전에 범인을 검거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봤을지 모른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 직원을 사칭해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 30대 회사원이 범행 하루 만에 붙잡혔다. 지난 21일 오전 블라인드 게시판에 경찰 직원 계정으로 ‘오늘 저녁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칼부림한다’라는 게시물을 쓴 혐의다. 이처럼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쏟아진 온라인상 '살인 예고 글'이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25일 오전 9시까지 전국에서 살인 예고 글 총 469건을 수사해 이 중 219건(22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으로 번지는 무분별한 흉악범죄 예고 글이 사회 혼란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올여름 무더위와 함께 사회 분위기를 험악하게 달구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전과 17범이나 되는 신림역 조선에 이어 서현역 최원종의 신상도 공개됐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 피의자 30살 최윤종도 공개됐다. 최근에만 3명이다. 역대 신상이 공개된 흉악범죄자들을 보면 '어금니 아빠' 이영학,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안인득, 연쇄살인범 최신종, 'N번방 사건' 조주빈, '신변보호자 가족 살인사건' 이석준, '세 모녀 살인사건' 김태현,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전주환 등이 있다. 이런 흉포한 사건이 발생하면 정신 병력을 문제로 제기하지만 사실 계획된 살인 행위를 살펴보고 범죄경력을 보면 정신 병력으로 치부하기 힘든 포악한 일상의 면면을 엿보게 된다. 심지어 사는 것이 어려워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신림역 범행자의 말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마저 드러내고 있다.

최근 들어 더욱 우려되는 것은 살인 예고 글이 커뮤니티 상에 폭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서현역 흉기 난동 바로 다음 날 4일에는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 하겠습니다.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습니다. 저를 죽이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죽이겠습니다“라는 살인 예고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민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공포로 몰아넣는 사악한 예고 글이 섬뜩하기만 하다. 인터넷상에는 심지어 용산구 대통령살해 협박까지 등장하는 등 살인 예고 글이 범람하고 있다. 참으로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동시다발로 등장하는 살인 예고 글이 10대의 장난들로 치부하기에는 최근의 일련의 상황이 간단치 않다. 부산 서면역, 대구 동대구역, 원주역, 청량리역 예고 글에 이르기까지 혼돈의 연속이다. 이들을 검거하기에 경찰이 총출동하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비감하다. 하나같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사회적 불만과 정신적 불안정,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는 이런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적인 흉악범죄를 경계해야 한다.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벌이는 흉포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범죄가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가운데 황당한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도 벌어졌다. 피의자 최윤종(30·구속)은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생태공원과 연결된 목골산 등산로에서 A 씨를 성폭행하며 무차별로 때리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를 받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 4월 구매한 금속 재질 흉기인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참으로 황당하고 포악하다.

이런 시한폭탄 같은 흉악범들이 우리 사회를 활보하는 한 평온한 사회 분위기는 요원하다. 무고한 시민들을 해치는 흉악범죄로부터 국민과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임시방편으로 전시효과를 노리는 방범 대책은 금물이다.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방법으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 갈등과 반목도 위험 수준이지만 치안과 국민 안전도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사후약방문’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치안 대책은 안된다. 흉악범의 인권 타령이나 하면서 본말이 전도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 조치해야 한다. 국민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흉악범죄로 얼룩진 혼돈의 사회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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