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잼버리 대회가 끝냈다. 대회 기간 보여준 파행과 준비 부족은 그야말로 국제행사 개최지의 꼴불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기본적인 화장실에서부터 샤워실조차 제대로 준비가 되질 않았다. 화장실 청소, 샤워 시설, 폭염대비 그늘, 썩은 계란, 식품 부족 등등이 최악이었다. 도대체 7년의 준비기간 동안 무엇을 해왔다는 것인지 낯이 뜨겁다. 행사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청소년들은 그동안 한국에서 겪은 상황을 SNS에 올리며 후담을 말하고 있다. 가장 백미는 해외 유튜버가 소개하는 열악한 푸세식 화장실이다. 불결하고 원시적인 화장실의 실상을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알리고 있다. 참으로 황당하고 개망신이다. 그동안 쌓아온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중앙정부가 나서 부랴부랴 응급처방을 내려 K-POP 공연 등으로 세계 청소년들의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그건 그거고 황당한 실상을 담은 청소년들의 후담은 여전했다. 어쩌다가 국제행사를 이 모양 이 꼴로 치르려고 했는지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돈은 돈대로 다 쓰고 기본적인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행사를 개막했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조직위는 왜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왜 잼버리 대회를 유치했는지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졸작이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조직이나 사람들은 없다. 외유성 호화여행이나 예산 낭비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공사업자 선정에서부터 현장관리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난장판으로 그동안 쌓아온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왕창 깎아 먹었다. 그러고도 네 탓 공방만 치열하다.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감사원이 칼을 빼 들었지만, 이것은 비단 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살펴보면 각종 불법과 탈법, 편법 모두가 동원된 한심한 대회 준비라는 점에서 때에 따라서는 수사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준비는 엉망인 대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앙정부가 부랴부랴 나서서 일정을 변경하고 대회 흐름도를 바꿔야 했을까 싶다. 연루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집행위, 조직위, 해당 부처 등 철저한 감사를 통해 아마추어만도 못한 국제행사 준비의 허상을 들춰내야 한다. 특히 예산을 떡 주물 듯이 하면서도 행사장 준비가 부실해 개망신을 자초한 부분에서는 한 점 의혹 없이 책임자를 가려내어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이런 자세로 공무를 집행해 왔다는 점에서도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 조마조마하면서 잼버리가 마무리되길 기다렸다. 성공적인 개최는 물 건너간 만큼 욕이라도 덜 먹어야 하지 않느냐는 절박한 심경으로 노심초사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8월의 폭염 아래 허허벌판에서 무엇을 얻고자 대회를 개최한 것인지 답해야 한다. 유형무형으로 국제적인 개망신을 자초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깎아내린 것은 무슨 의도인지 밝혀야 한다. 차세대 지도자들인 세계 청소년들을 불러 모아놓고 실패한 대회를 놓고 서로 남의 탓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겁한 공직자들의 두 얼굴을 보게 된다. 그동안의 준비 경과를 살펴보고 예산투입 상황을 파악하면 모든 것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원의 감사는 철저해야 하고 필요하면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새만금 현장에는 부패한 관료들의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결과는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나서지 않고 있는 형국이라 더더욱 안타깝다.

지금 대한민국은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잼버리 대회의 실패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계와 재계 등 모두가 나서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잼버리 대회가 그야말로 초를 친 격이라서 걱정이 앞선다. 사실 올해로써 30주년을 맞는 대전 엑스포는 지난 1993년 93일간의 대장정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세계에 우리의 위상을 드높였다. 행사 기간에서도 잼버리와는 게임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조직위를 중심으로 중앙정부, 대전광역시 등이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일사불란한 운영체계와 자원봉사자, 도우미 등의 활약에 힘입어 성공적인 개최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하루 20~30만명의 엄청난 관람객들이 찾아도 대과 없이 축제 분위기 속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렀다. 지금도 이런 훌륭한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부산 엑스포 유치에 당당히 나서고 있다. 다만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세계 청소년들의 실망과 일부 국가들의 철수로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평가 속에 국가신인도를 크게 떨어트린 대회로 두고두고 회자할 것이 분명하다. 세계 청소년들의 뇌리에는 불결한 화장실의 모습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응급대처로 문화관광에 나서는 등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를 접하도록 재계, 종교계. 대학 등이 애를 썼지만, 이는 분명 잼버리 대회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동안 준비한 프로그램에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을 것이고 실행이 되지 못한 것이 다수일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예산 낭비다. 대회를 준비해온 프로그램 참여사업자들도 허탈할 것이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다 엉망이 되었다. 국민 세금이 허무하게 날아가 버린 상황이다. 태풍 카눈이 올라와 철수했기 망정이지 여기에서 계속 잼버리 대회를 지속했다면 또 무슨 개망신을 자초했을지 모를 일이다. 주먹구구식 잼버리 대회 준비를 보면서 입이 열 개라도 유구무언이어야 할 사람들이 집행위원회와 조직위원회 책임을 놓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한마디로 비겁한 모습이고 추하다. 이런 정신자세로 준비했으니 잘 될 일이 있을까 싶다. 대회 준비를 위한 치밀한 분석이나 지혜, 가치관, 철학, 공인의식 등 모든 것이 결여된 무책임한 지도층의 허상을 보게 되어 씁쓸하다.

전 세계 153개국에서 온 4만 3,000여명의 참가자들은 돌아갔다. 제25회 잼버리 대회는 막을 내렸다. 혹자는 늦게나마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하지만, 그것은 응급처방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1,171억 원의 예산을 다 어디로 갔나 궁금하다. 이 모든 문제는 책임 공방을 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잼버리 대회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해당 부서 모두가 책임이 있다. 나는 아니고 네 탓이라는 식은 웃기는 언행이고 비겁한 책임회피다. 감사원의 감사를 통하여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나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려는 작태를 경계한다.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실패의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혹자는 파행이라고 말하지만 실패작이다. 무슨 007작전을 방불케 한 전국 버스 1,000대 동원과 잼버리 사상 유례없는 3만6,000명의 대이동은 다급한 상황을 바로 말해준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 관한 한 부끄러움만 남는다. 대한민국이 1988년 올림픽 행사를 성공리에 치르고 아시안게임, 대전과 여수 엑스포, 고성 잼버리 대회 등을 성공리에 끝내 한국의 위상과 품격을 높여온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제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국제행사로 낙인이 찍혔다. 안타까운 교훈을 남겼다. 그래서 총체적인 부실 책임은 반드시 가려져야 한다. 국민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감사원의 총체적인 감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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