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三南)의 개성(個性)

김종복 논설위원


삼남(충청·전라·경상)은 지형도 다르고 생산되는 물건이 다르므로 거기에 사는 사람의 개성도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돈이 갑자기 생기면 쓰는 용도도 각기 다르다고 한다.

충청도 사람은 돈이 생기면 옷을 사 입는다는 말이 있고 전라도는 음식을 해 먹고, 경상도는 집을 고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의식주에 대한 우선 순위가 도마다 각기 다르다는 말이다. 오늘날 보면 유서 깊은 고택들이 영남에 주로 보존되어 있다. 어림잡아 전국 고택의 60% 가량은 경상도에 남아 있지 않나 싶다.

경상도가 특별히 돈이 많았던 지역도 아닌데, 이처럼 좋은 기와집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중의 결속과 가풍의 보존을 중시하는 퇴계학풍의 영향도 있었다고 본다.

기호노론의 주기학풍보다 영남 남인들의 주리학풍이 상대적으로 집안과 문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영남 남인들이 200년 동안 중앙 정치권력으로부터 소외됐던 것도 집안을 중심으로 내부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라도는 한반도에서 평야가 가장 넓은 데다가, 해안가에 갯벌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갯벌은 논밭 다음으로 제3의 농토였다. 육지는 흉년이 들어도 뻘밭은 흉년이 없었다. 갈고리만 하나 들고 뻘밭에 들어가면 굶어 죽지는 않았다.

진도 같은 섬은 1년 농사를 제대로 지으면 3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나왔다. 그렇다 보니 먹을거리와 요리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전라도 음식 가운데 홍어와 돼지고기를 같이 먹는 삼합과 전주의 비빔밥은 육지와 바다의 먹을거리가 절묘하게 결합된 사례이다.

조선조에 충청도는 고위벼슬을 많이 배출한 노론의 본거지였으므로 양반이 가장 많았던 지역이다. 양반은 극단적인 말을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말을 느리게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양반의 체통을 중시하려다 보니 의관을 잘 챙겨 입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면에는 대의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지는 기질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김좌진 장군을 비롯, 매헌 윤봉길 의사, 만해 한용운, 유관순 열사가 모두 충청도 출신이다. 여간해서 내색은 잘 안 하지만 속에서는 불꽃처럼 폭발하는 기질의 소유자가 충청도에 많다.

충청도 출신들이 특히나 군(軍)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다. 해병대, 특전사, 등 훈련을 받으면서도 평소에 별로 말이 없고,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잘 참고 견디며 불평불만을 말하지 않고 주로 혼자서 삭힌다.

말은 느리지만 행동도 빠르고 제일 중요한 것은 표현을 가장 짧게 하는 줄임말의 고장이 바로 충청도다. 거기다가 강한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아 교육과정에서 언어교정 훈련이 비교적으로 쉽고 짧게 걸린다.

총체적으로 신분노출의 위험성이 적다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씩이나 소요되는 특수훈련에 가장 합격율(통과율)이 제일 높은 것이다.


* 자주쓰는 충청도 말씨

하셨습니까? > 했슈?
됐습니다. > 됐슈
돌아가셨습니까? > 갔슈?
내버려 두세요. > 냅둬유
술할줄 아십니까? > 술 혀?
개고기 드십니까? > 개 혀?
정말 시원합니다. > 엄청 션해유
잠깐 실례합니다. > 좀 봐유
빨리 오세요. > 빨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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