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인천 검단 LH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철근(전단보강근) 누락은 붕괴 사고로 이어지면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철근 누락 결함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하중을 견디는 철근이 누락된 결함이 밝혀졌다. 이미 입주한 5개 단지도 철근이 부족했다. 지역별로 수도권 8개, 지방 7개, 주택 종류별로는 분양주택 5개, 임대주택 10개 단지다. 말이 좋아 철근 누락이지 악질적인 부실 공사다. 철근 빼먹기 수법은 과거에도 원가를 줄이려는 방법으로 악용되어 온 행위다. 있어야 할 철근이 없다면 아파트 입주 이후에도 붕괴 현상이 진행되면서 대형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경악할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무량판 설계를 시공하면서 철근이 누락됐다는 사실은 LH는 물론 설계 감리책임자의 책임이 절대 가볍지 않다. 조사는 물론 수사가 이뤄져야 할 중대사안이다.

과거 부실 공사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서울 마포구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1970년)를 비롯해 충북 청주시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1995년), 서울 강남 나산백화점 붕괴(2008년),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2014년) 등을 생생히 기억한다. 모두 불·편법 하도급이나 부실시공 또는 불법 증·개축과 같은 인재(人災)가 빚어낸 후진국형 참사들이었다. 건설 건축의 부실 공사는 대형참사로 이어진다는데 그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한마디로 부실 공사는 악질적인 참사 조장 행위이다. 들어가야 할 철근을 빼고 공사를 하면 붕괴는 당연히 시간문제이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뒤늦게 정밀검사를 하고 보완공사를 한다고 호떡집 불난 듯 호들갑을 떨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무량판이기 때문에 더욱 튼튼한 구조를 갖춰야 하는데도 오히려 철근을 누락시키는 것은 바로 사상누각을 짓는 것과 같다. 당연히 부실 공사의 결과는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무량판 구조의 위험성과 참사를 뼈아프게 경험한 나라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주택이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무량판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존 주거동에도 철근이 제대로 들어갔는지를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철근 빼먹기의 악질적인 행위를 주거동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입주민들만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붕괴 사고도 자체적으로 알린 것이 아니고 주민신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동안 쉬쉬하면서 덮어버린 현장이 얼마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LH의 공신력은 무너진 지 오래다.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에서도 신뢰를 잃었다.

이번 붕괴 사고로 긴급 안전 점검 회의를 열어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과하는 사태까지 빚었지만, 이는 단순히 사과로만 그칠 문제가 아니다.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모든 아파트에 대해 조속히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 검단 안단테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는 결코 가벼운 사고가 아니다.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는 물론 전국 아파트의 안전 문제가 공공주택이든 민간주택이든 전체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철근 누락은 가벼운 행위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건설 원가를 줄이기 위해 의도성을 가진 악질적인 행위로 지목하고 있다. 알면서도 철근을 빼먹고 원가를 줄이려는 행위는 이권카르텔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LH 퇴직자들의 전관예우를 비롯해 하도급 문제 등이다. 불법 하도급이 판을 치고 감리는 눈치만 살피는 아파트 건설 현장의 문제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만약에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로 무량판 철근 누락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전수조사 결과 무더기로 드러난 15개 단지도 아무 이상이 없는 양 지나갔을 것이다. 아찔한 상황이다. 도대체 발주처인 LH는 그동안 무엇을 했고 설계검토와 시공을 맡은 대기업 건설업체는 무엇을 했다는 말인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무량판 구조는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 기둥인 보가 없는 구조다. 위층 수평구조인 슬래브를 기둥이 지탱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한마디로 설계와 감리, 시공 부실로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기둥과 슬래브를 연결해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전단보강근은 구조 설계상 32개소에 필요했지만, 설계 미반영으로 15개소가 빠졌고 시공 누락 4개소 등 총 19개소가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 건설사가 이런 정도이니 참으로 한심하다. 단지 전체를 재시공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인 격이다.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때문에 무량판 구조의 다른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철근을 뺀 무량판 공포가 민간아파트 주거동에도 확산되고 있다. 참으로 황당하지만 그나마 문제가 제기되어 부실을 살펴볼 수 있어 불행 중 다행이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민간아파트도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9월 말까지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의 안전성을 검증 보완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중 시공 중인 현장 105개소와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개소 등 총 293개 단지의 지하 주차장은 물론 주거동까지 전수조사에 나선다. 전문인력과 장비를 갖춘 민간 안전진단 전문기관이 점검하고 결과는 국토안전관리원이 확인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주거 안정성 문제 등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외벽이 붕괴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도 역시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단지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부끄러운 건설 강국의 모습이다. 이미 개망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문제는 2017년 이후가 아니라 이전 준공단지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무사안일한 행정 자세와 눈가림식 대처로 사태를 유야무야 봉인하려 우를 범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는 10월에 무량판 구조 안전대책과 건설 이권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한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량판 문제 말고도 또 다른 곳에서 부실시공이 이뤄지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차제에 하자를 양산한 LH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건설 비리 근절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안전의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철근 누락이 아니라 원가를 줄이기 위한 철근 빼먹기인지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철근을 누락시킬 이유가 없다. 철근 누락 내지는 철근 빼먹기는 참사로 가는 길임을 직시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행정 대처는 금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량판 구조뿐만 아니라 모든 부문의 부실 공사를 척결하는 철저한 안전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는 곧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너무나 중요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 검단 LH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황당한 부실시공의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그 파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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