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요즘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마디로 ‘묻지 마’ 칼부림이다. 무자비한 난동으로 무고한 20대 남성 한 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벌어진 흉포한 난동이었다. 황당하고 잔인한 사건이다. 범인의 신상도 공개가 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33살 조선)는 전과 17범이다. 범죄 전과만 3건에 소년부 송치 수사경력도 14건에 달한다. 조 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께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찰 조사에서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범행 동기를 밝혀 충격을 더한다. '묻지 마 범죄'다. 많은 사람이 목격한 가운데 대낮에 흉기를 휘둘러 행인을 살해한 것도 충격이다. 부산 살인사건 정유정을 연상시키는 황당한 사건이다. 드러난 과거 행적으로 보면 정신적으로 반사회적인 문제가 많았다는 것 바로 보여준다.

조 씨의 신상 공개로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이경우(36)·황대한(36)·연지호(30)·유상원(51)·황은희(49)와 부산 과외교사 살인사건의 정유정(23)에 이어 올해 7명째 신상 공개다. 이들 외에 최근 세간에 충격을 준 범행으로 신상이 공개된 이들로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안인득, 연쇄살인범 최신종, 'N번방 사건' 조주빈, '신변보호자 가족 살인사건' 이석준, '세 모녀 살인사건' 김태현,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전주환 등이 있다. 이런 흉포한 사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반사회적 행태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더 충격적이다.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인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고도 부산과 인천에서도 연쇄적으로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산에서는 20대 A씨는 25일 오전 1시20분께 부산 수영구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과 다툼을 벌인 끝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자기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후배를 구토를 이유로 시비 끝에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인천의 한 빌라에서도 27일 오전 5시 21분쯤 인천시 부평구의 한 빌라에서 50대 남성이 60대 B씨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50대 A씨가 체포됐다. 60대 남성을 흉기로 찌른 뒤 경찰과 대치하다 5시간 만에 검거됐다. 돈 문제로 앙심을 품고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 조절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극단적인 행동 양상을 보면 거의 앞뒤를 가리지 않고 돌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 크다. 잊을 만하면 돌출하는 무차별적인 흉기 난동이 사회불안을 더하고 있다.

이런 사건은 그 특징이 있다. 바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다. 둘 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둘을 살펴보면 차이가 난다. 정신의학계에 따르면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태어날 때부터 형성된 선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란 특징을 갖는다. 선천적 요인이 원인이 되어 즉흥적이고 두려움이 없으며 충동 조절이 되지 않아 극단적인 범죄를 일으키게 된다. 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성격장애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대부분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분류한다. 소시오패스(sociopath)는 자신의 성공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정신장애를 뜻한다. 남들과 비슷한 기질을 갖지만 자라나면서 환경적 요인으로 성격적인 문제를 갖게 된다. 감정 조절에 능숙하고 타인의 감정도 잘 이용하며 필요에 따라 일반인들처럼 주변에 머물며 선한 양의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으로 범행인지를 한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와 차이를 둔다.

요즘 벌어지는 흉기 난동 사건을 보면 하나같이 사이코패스의 전형으로 이에 대한 강력범죄예방책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들의 면면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나 부산 과외교사 살인사건 모두가 황당하면서도 잔인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무서운 묻지 마 살인사건이다. 올해 7번째 신상 공개라는 점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한 강력 사건임을 보여준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런 불안한 풍토가 조성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사건이 터지면 그때만 요란을 떨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열기가 식어버리는 것도 문제다. 이번 사이코패스의 흉악한 범죄 발생을 계기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국민 사이에는 이런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호신용품 구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묻지 마 살인의 충격이 매우 크다는 방증이자 자기방어책이다. 이처럼 시민이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없는 치안이라고 한다면 그 심각성은 매우 크다. 사후약방문격인 대책이 아닌 사전예방적 차원의 치안 대책이 절실한 이유이다.

사이코패스가 황당한 흉기 난동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면 요즘 국회의원들의 행각에는 소시오패스의 전형을 보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피의자들을 불체포특권이라는 방탄조끼로 막아내며 보호하고 나서는가 하면 심지어는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을 놓고 검찰청 시위를 벌이는 이상한 행태를 보였다. 분명 범죄혐의가 짙은 사건인데도 마치 정치 탄압 사건인 양 호도하는 것을 보면 과연 양식이 있는 국회의원들인가 의구심이 날 정도다. 자신의 성공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위험성을 갖는 것이 바로 소시오패스다. 한술 더 떠 선한 양의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혹시 이런 소시오패스의 전형이 아닐지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천둥에 개 뛰어들듯 느닷없이 난리를 피우기 때문이다.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은 재판부에 맡길 일이다. 북한 불법 송금 사건과 관련 뭔가 석연찮은 행각을 벌이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어딘가 정상성을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분명한 것은 사이코패스의 강력범죄건 소시오패스의 위선적인 행동이건 모두가 국민 분노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건전한 사회질서를 무너트리고 잔인한 행위로 무고한 시민들을 해하는 사이코패스 범죄의 흉포성은 이제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이제 흉악 범죄의 편력을 가진 범죄자들에 대한 사회적 감시망을 강화해야 한다. 평범한 시민을 가장해 시한폭탄처럼 활개를 치고 다니도록 하는 것은 흉악 범죄로부터 시민을 방치하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범죄인 흉악 범죄의 특별관리대책이 나와야 한다. 알면서도 대처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다. 경찰이 왜 필요하고 검찰이 왜 필요한지는 불문가지다. 사건이 터진 이후 사후약방문격인 대처는 악순환만 거듭할 뿐이다. 나아가 소시오패스 같은 행각으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들의 행태도 척결해야 한다.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머물며 선진정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21대 국회는 그야말로 치욕적인 국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범죄피의자를 보호하고 피의사실을 변조하려는 시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법치주의 나라에서 어불성설임을 알아야 한다. 사이코패스 성향 못지않게 소시오패스 성향도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둘 다 위험성이 크다. 이로 인한 국민 불안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래저래 국민 정신건강이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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