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종복

동양 유교경전 주역(周易)은 세계 4대 성인 공자가 쓴 글이다. 주역에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선한 일을 많이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라는 뜻이다. 어느 주막집 장대비 쏟아지던 날 밤. 천둥 번개 치고 비가 퍼붓듯 쏟아지는데 주막집의 사립문 앞에서 누군가 울부짓는 사람이 있었다.
“영업 벌써 끝났소?”
자다가 일어난 주모는 안방 문을 쾅닫아 버렸다. 사동(使童)이 나와서 사립문을 열어보니 어느 한 사람이 흙담에 등을 기댄 채, 흙바닥에 있었다.
가시넝쿨 속을 헤맸는지, 옷은 찢어졌고 삿갓은 벗겨졌고 도롱이는 비에 흠뻑젖어 있으나 마나. 사동이 그를 부축하며 뒷뜰 굴뚝 옆에 붙어있는 자신의 쪽방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날이 밝았을 때 노인이 눈을 떠보니 자신은 발가벗겨져 있고 옷은 바짝 말라 머리맡에 개어져 있었다. 그때 사동이 문을 열고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아궁이에 옷을 말렸으니 갈아 입으세요.”
“허어—- 이런-- 고마울 수 가 …!”
며칠 후. 그 날은 장날이 아니라 일찍 주막문을 닫으려 하는데, 웬 장정이 들어왔다. 주모는 바깥 나들이를 나갔고 사동 혼자 있었다.
“너, 나 하고 어디 좀 가야 쓰것다.”
장정이 사동의 손을 잡아 끌었다. 말은 달려 어느 기와집 앞에 멈췄다. 사동은 대문 안 사랑방으로 갔다. 유건을 쓴 대주 어른이 빙긋이 웃으며 사동의 두 손을 잡았다.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어? 그날 밤 비를 맞고…?”
“그래, 그렇다. 내가 어머님 묘소에 갔다가 갑자기 폭우를 만나, 하인은 낭떠러지기에 떨어져 죽고 나 혼자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여우고개 아래 너희 주막에서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
원래 여우고개 아래 주막은 사동네 것이었다. 그런데 2년 전, 7년간 누워 있던 사동의 아버지가 이승을 하직하였으나 약값으로 그간 쌓인 빚 때문에 주막은 저잣거리 고리채 영감에게 넘어갔다. 며칠 후 나루터 옆에 목수들이 모였다.
“뚝딱— 뚝딱--”
드디어 널찍한 기와집 주막이 완공됐다. 대주 어른은 완공식 날 땅 문서와 집 문서를 열 두 살 사동 손에 쥐어 주었다. 이 사연이 바로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다.
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재앙이 있다. 자손이 어느 날 잘 되는 것은 부모님이나 오랫적 선조가 쌓은 덕적선행(德積善行)의 인과설이다. 반면 자식이 사회적으로 큰 죄를 짓고 나쁜 사람이 되는 일은 그 부모, 또는 선조가 지은 죄에 따라 쌓은 데로 얻고, 지은 데로 받는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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