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오는 11월 16일에 시행된다. 수능을 5개월쯤 남기고 대한민국에 때아닌 ‘킬러 문항’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6월 모의고사에 킬러 문항이 관행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킬러 문항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지 자못 궁금한 것이 일반 국민의 시각이다. 수능에 무슨 킬러 문항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이름도 험악하기 그지없다. 킬러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그야말로 살인자다. 킬러 문항은 곧 살인자 문항이란 말이다. 초고난도 문항을 일컫지만, 그동안 얼마나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이었는지를 이런 용어가 나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능생들 처지에서 보면 듣도 보도 못한 문제를 접하면서 얼마나 당황했을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불수능’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문제를 ‘변별력’이란 이름 아래 이른바 킬러 문항이란 문제가 출제되고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공교육은 실종되고 수험생들은 사교육시장을 넘나들며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했다. 학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고혈을 빨아먹은 흡혈귀를 양산하는 교육풍토가 조성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황당하다.

수능 출제를 주관하며 그동안 킬러 문항을 주도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교육부가 결코 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벌써 킬러 문항과 관련 이권 카르텔의 커넥션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킬러 문항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자 사교육시장의 이른바 일부 1타 강사들이 발끈하며 들고 일어섰다. 자신들의 SNS에 정부의 견해, 특히 대통령의 입장에 크게 반발하며 마치 킬러 문항 배제가 수능을 본질을 흐트러트리는 것인 양 왜곡 선전하다 급기야 꼬리를 내렸다. 연봉 수백억 원에 달하는 1타 강사들의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행각도 도마 위에 올랐다. 킬러 문항 예상집까지 등장하며 수능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강사들의 현주소를 볼라치면 대한민국 공교육이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말로만 공교육이지 무려 26조에 달하는 사교육시장의 규모를 볼라치면 대한민국 공교육이 얼마나 갈지자 행보를 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른바 먹거리 시장을 놓치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1타 강사들의 황당한 반발 논리를 등장했다고 본다. 이들은 한마디로 킬러 문항을 유지해 계속 자신들이 돈벌이해야겠다는 논리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논쟁이다. 그동안 비정상의 교육풍토가 얼마나 사교육시장을 지배했으면 이런 행태가 자행되고 있는지 자괴감을 느낀다.

특히 그동안 킬러 문항으로 공교육을 스스로 농락한 교육 당국은 그 책임이 막중하다. 만약 어떤 커넥션으로 연결되어 이런 출제방식을 당연시해왔다면 이는 수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엄청난 교육 비리가 잠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조사와 함께 필요하다면 교육 비리를 전면 수사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그만두고 교육부 대입 관련 국장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해도 한참 미흡하다. 그동안 킬러 문항으로 이득을 취한 세력들과 이들과 연계된 뿌리 깊은 커넥션이 어디까지였는지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 지금까지 수능생들에게 킬러 문항으로 고통을 주고 학부모들에게는 사교육비로 허리를 휘게 만든 원인 제공자들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지금까지 수능 출제위원들이 어떤 인물들이며 킬러 문항을 출제한 출제위원들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한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이권 카르텔 뒤에 부정한 뒷거래가 없었는지도 낱낱이 가려내야 한다.

이러다 보니까 교육 현장에도 빈익빈 부익부의 참담한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 가난한 학생들은 늘 뒷전에 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원이나 사교육을 넘볼 형편이 되지 못해 경쟁에서 쳐질 수밖에 없는 풍토다. 학교에서 아무리 성실하게 교과서를 충실히 공부해도 킬러 문항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그동안 일선 교육 현장이 얼마나 좌충우돌하며 기형적인 양태를 보여왔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를 당연시 해온 풍토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킬러 문항 예상집으로 떼돈을 버는 사교육시장의 강사들이 판을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족집게 과외처럼 킬러 문항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자들이 수능 출제위원으로 선정되어 문제를 내왔다고 한다면 이는 엄청난 비리가 아닐 수 없다. 철저한 통제 속에 합숙하며 출제한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킬러 문항을 예비하고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서울의 학원들의 이름이 회자하고 있는 이유일 수도 있다. 이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킬러 문항의 대한민국을 주도한 모든 관련자를 조사해야 한다. 이들이 저항하는 이유가 분명 잠재되어 있다. 이들과 부화뇌동하는 정치권의 황당한 반발도 이율배반적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학부모들도 킬러 문항 배제를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데 반발하는 사람들은 학원 강사들이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다. 어찌 보면 이는 사교육시장의 1타 강사들의 돈벌이에 공조하는 것에 불과하다. 학부모의 사교육비 출혈을 조장하는 것이다.

공교육을 주도하는 교육부의 교육정책도 문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수능을 치르고 무슨 생각으로 공교육의 비정상성을 묵살하고 방조해 왔는지 답변해야 한다. 교육부가 지극히 보수적이고 관료주의라는 비난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금의 킬러 문항 이슈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을 왜곡된 길로 치닫게 하는 자들이 교육부 내부에 자리하며 공교육을 농단해 왔음이 드러나고 있다. 갑자기 수능의 킬러 문항 배제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며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을 때 이게 이렇게 큰 문제였나를 모른 국민은 의아해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엄청난 이권 카르텔 의혹이 부상할 정도로 교육정책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그리는 교육이 이 정도로 황당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공교육 정상화가 구호에만 그쳐왔다는 것을 말한다. 작금의 교육 현장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부닥쳐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얼마나 부실한 공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면 학생들이 사교육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도 교육개혁은 시급하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교육 현장이 아니라 교사나 교직이 직업인 현실이 되고 있다. 학폭이 난무해도 방관과 외면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심지어 알게 모르게 자행되는 편향된 이념교육 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제는 교육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개혁은 이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부모들의 교육 현장에 대한 이런 걱정은 이미 오래됐다. 국가백년대계를 그르치는 교육행태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단행되어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준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학교 교육의 존재를 외면하는 명분이 없는 주장이란 비난이 거세다. 수험생들에게 뜬금없는 문제를 내어 ‘불수능’의 고통을 주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출혈을 가중시키는 왜곡된 현실을 외면하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비정상화를 이끄는 킬러 문항을 옹호하는 세력들의 불순한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 공교육을 무너트린 수능 킬러 문항은 이런 세력들과 함께 우리 교육을 허상으로 이끈 교육 당국의 그릇된 의식의 발단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저항 세력들에게 좌고우면하지 않고 환골탈태의 의지로 단호하게 추진하는 교육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교육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킬러 문항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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