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경찰서 직장협의회 회장 구철호

2023년 5월 중순까지 공무집행방해 15건, 폭행당한 경찰관 24명, 다른 신고 사건 처리에 지장, 병원 치료 받을 여유도 없어, 82%이상이 기소 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으로 그쳐, 아산 직협, 배너와 스티커를 통해 공무원 존중 문화 부탁

지난 4월 중순 새벽 “온양역 광장에 남자가 쓰러져 있는데 어디 다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는 신고로 아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두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남자를 흔들어 깨우며 부상 등 위험 여부를 파악하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주먹과 발길질이었다. 남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되었지만 얼굴과 가슴 등을 폭행당한 두 경찰관은 치료는 커녕 아침 근무 교대 시간까지 비슷한 신고 4건을 더 처리하고 나서야 사무실을 나설 수 있었다.

경창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도 공무집행방해 건수는 9,432건이다. 2018년부터 5년 평균 9,400-9,500건 수준이지만 2021년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야외 활동이 줄어 8,140건으로 소폭 감소하다가 2022년 다시 증가 추세다. 인원 역시 21년 9,132명에서 2022년도 1,0302명으로 하루 평균 28명이 경찰 공무원을 폭행한다.

경찰관을 상대로 한 공무집행방해는 대부분 그 수단이 폭행으로 형법136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현실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21년 기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나 기소유예가 45.7%, 벌금형이 30.7%, 실형은 17.9% 수준이며 벌금 역시 대부분 500만원 이하다. 경찰과 비슷한 인명 구호, 구조 직군인 소방관 폭행 역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52.2%(23명)가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31.8%(14명)가 집행유예로 9%(4명)만이 징역 처분을 받았다.

수사 과정 역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하여도 90%이상이 석방된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이처럼 수사와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은 아직도 주취 상태를 핑계로 선처를 호소하거나 주취로 인한 심신 미약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사회 관행도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2021년 공무집행방해 사범 9,132명 중 6,126명(67.1%)이 주취상태였다.

이러한 공무집행방해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엄벌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지만 현장의 시각은 좀 다르다. 현직 경찰관인 아산경찰서 공무원직장협의회(아산 직협) 구철호 회장은 공무집행방해와 같은 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그 처벌 역시 일반인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로 불합리한 근무 환경을 지적한다.

경찰관을 폭행해서 체포되었어도 그 자체가 양형의 기준이 될 수는 없고 객관적인 증빙자료 즉 진단서나 경찰관 외의 다른 피해가 추가되어야 하지만 거의 단순 폭행으로 진행되다보니 처벌 역시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피해가 야간에 발생하는데 만약 누군가를 체포하면 순찰차 1대, 인원 두명이 1시간이 넘도록 체포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그 사이 추가되는 신고는 남은 순찰차 한 대나 다른 관서의 동료들이 대신 처리해야 한다.

서류 작성 역시 피해 당사자가 할 수 밖에 없는데 골절이나 과다 출혈 등으로 응급차에 실려 갈 정도가 아니라면 이를 악물고 근무 교대까지 일해야 하고 퇴근해서 병원에 간다해도 치료와 진단서 비용 대부분이 피해 경찰관 개인 몫이다. 거기에 최대한 빨리 서류를 마무리하려니 가해자의 범죄로 인한 추가 피해 등을 돌아 볼 여유도 없다는 실상이다.

한편으로 공무집행방해 범죄의 축소를 위해서는 시민 의식의 성숙을 가장 큰 과제로 뽑았다. 탁상공론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해자 중 일부는 사회 저소득층이 많고 엄한 처벌이 있어도 개선이 않된다. 이들의 재활을 위한 사회 복지 확대에 좀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질적이고 반복적인 반 사회적 행위들이 어느 정도 감소 할 수 있다.

아산 직협은 12곳의 지역관서와 주민들이 자주 찾는 경찰서 민원실, 형사과 사무실 등에 공무원 배려를 부탁하는 문구가 담긴 배너를 설치하고 각 부서 현관에도 같은 내용의 스티커를 부착해 '공무원을 대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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