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두 번은 아파봐야 인생이다> 저자

기세도명(欺世盜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 16일 코인 거래 의혹의 당사자인 김남국 의원의 대처를 두고 “김 의원이 정말 잘못 대응하고 있다. 지금 ‘내가 잘했다, 억울하다, 별거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정말 국민들하고 싸우자는 거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김남국 의원은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민주당에서 탈당했다지만 본적은 엄연히 민주당이다. 따라서 자당의 선배가 그처럼 쓴 소리를 한다는 것은 시중의 민심이 엄동설한보다 차갑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듯 김남국 의원은 최근 거액의 코인 투자 의혹에 휩싸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또한 자신이 지니고 있는 ‘거액 가상자산 보유’ 정보를 윤석열 정부가 흘렸다는 주장까지 하여 정치권에도 시비의 불을 붙였다.

근거도 없이 억측만으로 그러한 발언을 아무렇게나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방탄(防彈)인 ‘면책특권’에 숨으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보았다.

아울러 그와 연관된 일련의 뉴스를 보면서 사자성어 ‘기세도명’이 떠올랐다. 기세도명(欺世盜名)은 세상 사람을 속이고 헛된 명예를 탐함을 뜻한다. 국회의원은 특권이 엄청나다.

넉넉한 연봉과 장관급의 널찍한 사무실, 자기 마음대로 뽑는 보좌진, 귀빈 대접받는 해외 출장, 회기 중 불체포특권, 사무실 운영비와 통신 요금, 사무기기 소모품 지원, 차량 유지비, 철도·항공요금과 입법·정책개발을 위한 정책자료 발간비, 발송료 등도 지원 대상이다.

‘금배지의 위엄’은 해외 출장길에서도 빛을 발한다. 출국할 때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현지에 도착하면 재외공관에서 영접해 현안 브리핑, 공식 일정 주선, 교통편의 등을 지원한다.

항공기는 비즈니스석, 철도·선박은 최상등급 좌석이 제공되고 차량 이용 시엔 연료비·통행료를 실비로 정산해 준다. 국회의원에게 이처럼 폭넓은 권리와 지원을 보장하는 것은 의원 개개인이 입법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항상 국민과 자신을 뽑아준 지역민들에게도 신뢰를 줘야 한다. 따라서 기세도명과 대척점에 있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역시 신뢰(信賴)라는 말로써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라는 의미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의 무신불립의 가치와 의미는 실로 중차대하다.

세상을 속여 헛된 명예를 얻는 것처럼 부끄러운 건 또 없다. “정치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며, 우리 주변과 생활을 바꾸고 생각의 차이나 다툼을 해결한다.” <어린이 백과> ‘초등사회 개념 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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