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5월은 언제나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다. 5월이 갖는 의미는 늘 변함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축제의 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5일 어린이날과 8일 어버이날의 의미가 크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우리의 꿈과 희망의 상징인 어린이의 소중함을 변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넘치는 5월의 세상은 사랑과 평화 그 자체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어버이의 날도 그렇다. 어버이의 희생과 헌신은 사랑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화로운 모습이 함축된 5월은 기쁨과 감동이 물결치는 달로서 건강한 가정과 행복한 사회의 척도로 다가선다. 아쉽게도 이번 어린이날에 비가 많이 와 기대하던 각종 어린이 행사가 취소되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마음껏 뛰노는 어린이들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옥에 티다.

5월에 들어서면서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의 풍속도 세상을 더욱 느끼게 된다. 충북 괴산에서 쌍둥이를 출산한 가정에 1억 원의 출산 장려금이 지급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출산 장려금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는 기초단체들이 많은 것은 알려졌지만, 실제 1억 원을 받는 가정이 생겼다는 것은 첫 사례여서 전국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는 저출산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이제는 거액의 장려금을 제공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실제 저출산 고령사회의 여파가 현실화한 곳이 많다. 인구소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늘고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 절반이 ‘소멸 위험 지역’이다. 인구 3만 명도 밑돈다. 한 해 동안 단 한 명의 아기도 출산하지 않은 지역도 있다. 젊은이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노인들만 지키고 있다. 빈집도 곳곳에서 급증했다. 심지어 일손도 부족하여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사회의 기형적 구조가 인구소멸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심지어 저출산의 영향으로 폐교되는 초등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어린이집에는 아이들이 없어 폐쇄 위기를 겪고 있는 곳도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출산 장려금 1억 원이 아깝지 않은 귀한 몸이 바로 아기들이 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 출생아는 25만 명으로 OECD 38개국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의 불명예를 안았다. 나라와 사회 붕괴의 실마리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화사회는 이미 지난 2017년에 넘어섰다. 지난해 17.5%인 901만 8천 명으로 고령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18.4%로 95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인구의 노인 인구 차지 비율이 20% 이상인 20.6%의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 나라다. 출산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긴 인구구조로서 국가 추동력을 상실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전남과 전북, 경북, 강원도, 부산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오는 2028년 세종시(13.4%)를 제외한 전 지역이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도 43.2%로 OECD 15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령자 가구의 30%를 웃도는 187만5,000가구가 노인 혼자 거주하는 가구로 기형적인 형태를 드러내고 있는 점도 문제다. 초고령 사회를 향하는 심각한 인구문제를 엿볼 수 있다. 가정의 붕괴다. 독거노인들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의 시각으로 볼 때는 너무나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현상이다. 정부의 정책이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다가 이 지경의 나라 상황을 맞게 됐는지 안타깝다.

올해부터는 출산 때 부모 급여가 지급된다. 만 0세 아이들의 부모 급여로 월 70만 원이 지급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각각 다르지만 200만 원에서 심지어 1억 원까지 출산 장려금도 지급되고 있고 다양한 출산 장려 혜택이 마련되어 있다. 셋 이상은 다자녀 장학금도 주어진다. 이런 출산장려정책은 더 많아져야 하지만 저출산의 심각한 문제는 아예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조한 취업률과 주거 문제 등 많은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이 이런 현상을 가중하고 있다. 출산은 곧 나라의 근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전한 가정을 일구려는 젊은이들의 의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사회나 정부도 더욱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구호에만 그치는 정책은 그동안 추진한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난맥상에서 그대로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실패한 정책이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하고도 그 결과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사회 구조와 인구구조의 기형적인 모습만 남아 있는 꼴이 되었다. 그 많은 돈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문이나 쓰고 분석이나 하다가 허송세월하고 돈은 돈대로 다 날려 먹은 꼴이다. 위기 상황에 분석만 난무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가운데도 5월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일(스위스현지시간) 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WHO는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이를 3년 4개월째 유지해왔다. 코로나19 감소세 등을 고려해 비상사태 최종 종료를 선언했다. 이제 코로나19 사태 마스크 세상으로부터 사실상 해방되어 자유로워진 세상을 맞았다. 마스크를 벗은 얼굴에 어린이들의 웃음꽃이 만개하는 올 5월의 모습이 바로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라고 한다면 가정은 바로 그 출발점이다. 건강한 가정이 많아야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회와 나라가 바로 세워지는 것이다. 출산의 기쁨이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어린이의 성장이 나라의 미래를 말하는 사회가 정착되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사회의 기형적 인구구조가 아니라 어린이들의 밝은 기운이 곳곳에서 넘쳐나는 건강한 사회로 변모해야 한다. 마음껏 뛰노는 어린이들의 함성이 놀이터나 운동장이나 축제장에 넘쳐나야 한다. 그래야 어버이의 마음도 알고 가정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는 것이다. 5월의 찬가는 누가 뭐래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는 어린이날 노래와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어머니의 마음이다. 노랫말에 담긴 큰 의미를 되새기는 5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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