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을 말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헌법이다. 제1장 총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조항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말한다. 여기에서 국민은 권력 창출의 주역이자 곧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일컫는 핵심 언어다. 곧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 헌법이자 헌법정신이다. 금과옥조(金科玉條)란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제4조에는 통일에 대한 방법론도 적시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명시하여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다. 제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2항에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며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나아갈 바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정당정치다. 헌법 총강 제8조에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2항에는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4항에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라고 명시해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시 최악의 경우 해산도 할 수 있다. 이미 이런 전례도 있다. 그만큼 정당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토대로 정당정치를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로 가는 길이 여기에 있다. 교과서이자 지침서이기도 하다. 이대로만 하면 된다. 권력을 쟁취하여 정치를 하려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이대로 헌법정신으로 무장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켜나가는 것이 바로 국민이 부여하는 권력을 바로 사용하는 길이다. 정치인이 모여 만든 정당이야말로 어떠한 정강·정책을 채택하던 민주적 기본질서를 토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좌파든 우파든 진보든 보수든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한 국민이든 정당이든 자유민주주의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자 정체성임을 알아야 한다.

과거 3김 시대 정치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민주와 독재의 프레임 속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진통을 겪던 시절 민주투사들이 속출하고 그런 토양 위에서 자란 정치인들이 오늘의 기성정치인들이다. 이들이 국민 앞에 나서서 주요 요직을 다 차지하고 정치를 좌지우지하며 대한민국의 리더란 이름으로 국민 앞에 서서 큰소리를 아직도 치고 있다. 정의와 진리, 민주라는 큰 가치를 실현하는 인물로서 이른바 민주투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던 정치인들의 노정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아니올시다‘가 눈에 많이 띈다.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부패를 부패로 보지 않고 불의를 감추려는 정치인들이 모습에서 국민은 변질된 대한민국정치의 후진성을 보게 된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값진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가 훼손된 채 갈지자걸음을 걷고 있는 현실정치의 모습은 어찌 보면 추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도 전라도와 경상도 정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부패정치인들에 대해 단호함도 미진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민주투사란 이름을 달았던 인물들이 공산주의를 더 흠모하고 부정부패 척결을 부르짖던 자들이 비리로 얼룩진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이유 중에 하나다.

대한민국 거리에는 서울이건 지방이건 할 것 없이 거리마다 추한 문구의 현수막들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이른바 정치가 부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과 법원에는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의 수사와 재판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음침한 곳에서 무슨 부정부패의 작당을 그리 많이 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돈 봉투가 난무하고 불법행위를 작당하던 대화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참으로 추잡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죄를 짓고도 변명으로 일관하며 마치 투사인양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후안무치의 극한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행각들이 버젓이 행해졌다는 점에서 헌법정신을 망각한 정치인들의 척결이 절실해지고 있다. 대립과 반목, 갈등의 정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패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면 참으로 어리석은 정치 행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위한다며 민생을 들먹거리면서 뒤에서는 음흉한 작당 정치의 셈법만을 생각했다는 점에서 더욱 국민 실망과 배신감이 더해진다.

지금 국민은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전세 사기로 아까운 목숨을 버린 안타까운 피해자들부터 길거리로 나 앉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대란이다. 이런 토양을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심지어 정치인과의 검은 유착이 의심되는 대목도 나오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바람 잘 날이 없고 콧잔등 아물 날 없는 대한민국 정치판이다. 벌써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2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총선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는데도 오히려 실망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작당 정치와 패거리 정치의 구시대적인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 채 인물 쇄신이 뒤따르지 않는 한 민주정치의 발전을 요원할 뿐이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인물들은 과감히 솎아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자정능력과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분명한 것은 줄 세우기 정치와 패거리 정치가 답습되는 한 대한민국 정치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이 무엇인지 바로 알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바로 지키는 정당정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헌법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며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을 바로 모시는 진정한 봉사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것이 바로 변질된 대한민국정치를 바로 잡는 길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