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4월의 가뭄과 화마가 휩쓸고 간 산하는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너무나 소중한 치산치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남부지방에서는 댐이 마르고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마실 물을 걱정해야 하는 정도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처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주암댐이 20% 수준인 것을 비롯해 6개 댐의 저수용량이 18%~30%에다 곳곳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 현상을 겪는 남부지방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치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4대강 수중보를 다 때려 부수고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 답을 내놓을 때다. 농업용수는커녕 마실 물조차 없어 전 정권이 해체하라는 영산강 수중보의 물을 가져다 마셔야 할 지경이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4대강 사업과 함께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해 만든 수중보를 갖은 구실을 다 내세워 마치 수질오염의 주범인 양 때려 부숴버렸다. 그나마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해체하지 못한 곳에는 풍부한 물이 고여 이 물을 가져가 광주 생활용수를 해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코미디로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이번 정권은 ‘그간 방치된 4대강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하고 하수의 재이용과 중소 다목적댐 건설 등의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비상급수 대책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라는 점이다. 4대강 수중보 해체를 추진한 환경단체들과 전 정권은 물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엉터리 자료로 수중보 해체를 강행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이 차 있던 세종보를 해체하여 바짝 마른 세종시의 금강이 되어버렸다. 정치적 논리로 치수를 역행한 어리석은 행정의 표본이다.

하천수를 우습게 알고 수중보를 환경오염의 주범인 양 포장하여 때려 부수고 얻은 것이 무엇인지 답을 해야 한다. 전 정권의 이른바 만행이다. 장단기적인 물관리를 위해 하천수를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데도 이를 우습게 알았다. 이번 광주 등 전남지역의 최악의 가뭄은 영산강 수중보 물이 생명줄이자 효자가 되었다. 이마저 없었다면 정말 아찔한 상황을 맞을 뻔했다. 최악의 가뭄으로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부족에다 농업용수마저 부족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해체된 수중보를 다시 설치해야 할 지경이니 답답하다. 댐과 하천의 물길을 연결해 시급한 지역에 물을 해결해야 할 형편이다. 4대강 정비가 무엇이 문제라고 농민들과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 때려 부순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다행히 농민들의 반대로 아직도 해체하지 못한 곳은 최악의 가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빗물도 가둬 수자원으로 해결해야 할 물 부족 국가에서 4대강 사업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며 악질적인 환경분석을 통해 물이 마른 하천으로 둔갑시켰다. 세종시 하천을 보면 답이 나온다. 물이 넘치던 곳에 세종보를 해체하면서 맨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무슨 하천 오염을 논한단 말인지 어리석기 짝이 없다. 삭막한 맨바닥 하천을 청정지역이라고 한다면 제정신이라고 할 수 없다. 물을 확보하는 수자원 대책이야말로 치수이자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빗물 한 방울도 그냥 내보내지 않고 가둬 써야 한다. 하수마저 재활용하는 방안도 매우 중요하다.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 벌써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4대강의 물과 중소 다목적댐의 물은 아주 중요한 물관리 문제의 원천이다. 반대를 위한 환경론자들의 궤변이 가져오는 해악을 경계해야 한다. 던져만 놓고 책임지지 않는다. 지난 정권에서 4대강과 관련 엉터리 환경분석을 내놓은 단체나 인물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수중보를 부순 책임까지 져야 한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누가 그랬는지 이 가뭄에 홍성과 함평 등 전국에서 하루에만 30여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큰 피해를 낳았다. 건조한 기후 탓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동시다발로 발생한 것은 흔치 않다. 산림의 피해복구는 수십 년이 필요하다. 치산이란 그렇다. 과거 산림녹화를 이룩한 소중한 산림을 일순간에 태워버린 안타까운 일이 빚어져 안타깝다. 화마로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아픔도 매우 크다. 이들에 대한 피해보상 대책도 절실하다. 홍성 산불에서 피해 규모를 따질 때 축구장 2,300개로 표현하고 있다. 엄청나다. 그 영향 면적이 줄잡아 1,454헥타로 추정하고 있다.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전국 10개 지역에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다. 피해조사를 거쳐 산림과 주택피해복구를 위한 국비 지원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순간의 부주의로 인해 소중한 산림이 파괴되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것은 불행이다. 이번에 다행히 늦게라도 비가 와서 산불이 모두 진화됐지만 너무나 큰 아픔을 겪었다.

동시다발로 전국에서 일어난 산불이 우연치고는 너무나 다발적이어서 갖은 루머도 난무했다.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니 사회적 분위기마저 흉흉했다. 산림녹화를 위해 수십 년의 세월을 공들여왔다. 그런 우리 대한민국의 산하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헬기 등 총 55대, 진화차 등 장비 753대, 산불진화대원 1만3,030여명이 투입되어 안간힘을 다 쏟았다. 산림뿐만 아니라 주택과 창고 등 시설물 70여 곳이 불에 타고 주민 300여 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일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산림과 삶의 터전이 불과 사흘 만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사후약방문격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또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치산치수는 나라의 근간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재단하여 수중보를 해체하고 최악의 가뭄에 허덕이는 자충수를 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들은 모름지기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모든 정책 결정에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좋은 업적은 이어받고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바로 대인배 정치다. 4대강 정비사업이 배 아픈 치적처럼 생각하며 견강부회(牽强附會) 논리로 수중보를 때려 부순 것은 역사적 심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최악의 가뭄에 처하면서 이런 그릇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란 나라의 근간을 해치는 소아병적인 정치자세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그릇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환경단체들도 대오각성하고 ‘안된다’가 아니라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를 제시하며 그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치산치수는 무모한 주장을 일삼는 일부 환경단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 미래를 향한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비가 오긴 했지만 여전히 최악의 가뭄 사태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난리다. 한마디로 호떡집에 불이 난 격이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은 치수 정책이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치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산불 발생으로 순식간에 막대한 산림이 초토화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산불 예방과 진화방식도 좀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무릇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작금의 사태다. 푸른 산과 맑은 물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강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진취적인 자세로 백년대계 치산치수의 바른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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