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열 (행정학박사, 국가발전정책연구원장)

며칠 전 홍문표 4선 국회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님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무궁화가 나라꽃이 아니라서 ‘대한민국 나라꽃에 관한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해서 무궁화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특히 세계 나라꽃 전시장에 대한민국은 나라꽃이 없어 출품하지 못했다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얘기도 전해 들었다. 그간 국회의원들과 관계 공무원들과 대통령을 모시는 공직자들은 무얼 했는지 참 한심한 생각이 든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아니라, 부끄러운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들어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나라꽃 지정’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

나라꽃은 한 나라를 상징하는 꽃, 국화(國花)라고 한다. 나라꽃이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무궁화는 조선 말 개화기를 거치면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노랫말이 애국가에 포함된 이후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일제 강점기에도 광복 후에도 자연스럽게 나라꽃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 옛 기록을 보면 우리 민족은 무궁화를 고조선 이전부터 하늘나라의 꽃으로 귀하게 여겼고, 신라는 스스로를 ‘무궁화 나라’ 근화향(槿花鄕)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피고 지는 군자(君子)의 나라'라고 칭송했다. 일제는 무궁화를 ‘눈에 피꽃’이라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거나 ‘부스럼 꽃’이라 하여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고 하는 등 무궁화를 탄압하였다. 우리는 일본 국화를 벚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일 뿐 국화는 아니다. 일본도 관습상의 나라꽃은 벚꽃(Cherry blossom)이다. 북한의 나라꽃은 ‘산에서 피는 목련’이라 하여 산목련이라 부르는 함백꽃나무, 키는 7m에 달하고, 어린 가지와 겨울눈에는 윤기 있는 털이 빽빽하게 난다. 한자로는 천녀화(天女花)이다.

동아일보가 수년째 ‘무궁화 묘목 나누기 운동’을 하고 있다.필자도 10년 전 동아일보와 함께 동참했었다. 그때 여의도 공원 원효대교 남쪽, 마라톤 캠프 주변에 100여 그루를 심었는데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백여 품종의 무궁화가 있는데, 꽃 색깔에 따라 단심계, 배달계, 아사달계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정부는 이들 가운데서 꽃잎 중앙에 붉은 꽃심이 있는 단심계(丹心系) 홑꽃을 보급 품종으로 지정하였다. 무궁화는 7월 초순에서 10월 하순까지 매일 꽃이 피고 지고, 옮겨 심거나 꺾꽂이를 해도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와 강인함을 닮은 것 같다.

‘대한민국 나라꽃에 관한 개정 법률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무궁화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고, 일제 강점기에는 강인함과 끈기로 일본에 저항하는 민족 독립운동의 상징이었으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노랫말로 애국가에도 삽입되어 있음. 이처럼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꽃임에도, 현재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명문화한 법령이 없어 예산 등을 확보하여 관련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관리 또한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생활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꽃이 되고 있는 실정임. 이에 무궁화의 보급·활용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함으로써 나라꽃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고 애국심을 고양하고자 함”이다.

대한민국 나라꽃에 관한 법률안 주요 내용은 제3조 ①대한민국의 나라꽃은 무궁화로 한다. ②나라꽃이 되는 무궁화의 종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6조 국가는 나라꽃의 보급 및 활용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법인·단체 등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결론은 ‘대한민국 나라꽃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하면 좋고, 더 쉬운 방법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나라꽃이 없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니까’ 잘 챙겨보라고 한마디만 하면 잘 될 것이다. 특히 주요 언론과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깊은 관심을 가지면 잘 처리될 것으로 확신한다. 첨언(添言)하면 유일한 무궁화 연구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개량 무궁화는 진딧물도 없고, 키도 2m 이상 올라가서 꽃이 피는 개량종은 가로수로 적합하다니까, 하루빨리 국회의사당 주변의 벚꽃을 베어내고 무궁화로 교체해서 ‘사쿠라 국회가 아니라 국민의 사랑받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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