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대전세종충남헌혈홍보위원 이재현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고 나는 어디로 가는지를 나만 알뿐이라면 그것은 나그네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발자취를 기록해 놓지 않고 나 홀로 살아가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면 그것은 외롭게 사는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살아도 진심을 담아 대화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맛이 있다면 그것은 만남이다.

가족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보고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는 것 등이 만남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생로병사하며 윤회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삶을 이해하게 되고 현명한 선택을 하게된다. 인생 50세의 지천명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나서 음식을 먹고 즐겁게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지 만 진심이 있는 대화는 늘 의미가 있고 진한 여운을 남기게 된다.

손자녀들이 오면 반갑고 애들봐주기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가버리면 바로 아이들이 그리운 것처럼 그런 것이 진짜 마음으로부터 전해오는 진실한 만남인 것이다. 명문가 집안의 가족 간 모임의 질적 강도가 강한 것은 그만큼 집안 모임의 의미와 내용이 깊은 이유이다. 새봄을 맞이하여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우리 집안의 만남으로 인해 얼마만큼 정이 넘치고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3월은 경칩과 춘분이 있는 달이고 토양을 돌보고 퇴비를 뿌려 밭 갈 준비를 하고 과수에는 꽃이 피기 전에 살충제를 뿌려 꽃이 아름답게 피고 벌들이 수정해주어 열매가 틈실하게 수확할 수 있도록 겨우내 나무에 둘러주었던 피복은 벗겨내어 태워준다. 이제 겨우내 떠났던 새들이 돌아오고 짝을 찾을 준비를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것이다. 소나무를 예쁘게 크도록 전지를 해주고 어느새 싹이 올라온 수선화류의 군집에 물을 주기 시작한다. 자연인의 봄이 온 것이다. 올해도 가족을 위한 야채는 벌써 심어 싹이 났다. 겨우내 묻어두었던 무를 캐고 농협에 가서 씨를 사고 봄에 쓸 농약을 사왔다. 농부와 자연인은 그렇게 산다. 내 삶의 준비는 자연과 함께하고 그 결과는 가족과 친지들과 나눈다. 그 속에는 동네의 훈훈한 인심도 살아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치적인 분란이 우리 시니어들의 마음을 혼란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움추릴 필요는 없다. 우리 공동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나만을 위한 나그네가 되서는 안된다. 모처럼 학교는 마스크를 벗고 입학식을 하고 새학기를 시작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 학력차를 얼마나 크게 하는지 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몸으로 경험한 3년이었다. 잃어버린 3년을 되찾아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교육의 정상화를 일구어야 한다. 학교 안에 내재한 갈등도 만만치 않다. 잠시 뒤를 바라다보고 마음을 열어 비판과 갈등을 벗어버리고 소통과 행복이 가득한 학교로 만들어 가야 한다.

교육은 절대로 법으로 정상화할 수 없고 성취도를 높일 수 없다.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가 소통의 다리를 완성해야 하는것이다.

새봄을 맞이하여 헌혈도 정상화되기를 기원해본다. 헌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행복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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