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 가운데 불체포특권이 있다. 요즘 자주 회자하는 특권인데 불체포라는 용어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이 말에는 체포되어야 하는데 국회의원이란 신분 때문에 체포하지 않는다는 함축의미가 담겨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은 사회질서 차원에서도 기본이다. 노블레스오블리주로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도는 지도층의 특권은 시대착오적인 특권임은 불문가지다. 내려놓아야 할 대표적인 추잡한 특권으로 국민에게 위화감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체포특권을 위해 국회를 열어놓고 세월아 네월아 히는 국회의원들의 작태가 백주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니라 범법 피의자의 법 집행을 막기 위해 시도되고 있다는 데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회기 중에는 체포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과반수 의석에 과반수만 찬성하면 체포동의안도 가결되고 불체포특권도 사실 물거품이 된다. 이는 정당 이기주의나 무조건적 불체포특권 옹호론자들이 아니면 당연히 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벌써 폐기되어야 했을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서 나는 무죄라고 주장하는 자세는 당당하지 못하고 비겁해 보인다.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멋지게 나서서 소명의 기회를 갖고 흑백을 가려야 한다. 과연 정치탄압인지 아니면 지방 권력의 비리인지 법적으로 가려야 한다. 아당대표를 향한 구속영장 청구와 체포동의안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 이 시대의 역사는 벌써 중요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27일 예정된 찬반투표의 결과에 따라 21대 국회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만큼 사안이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피의자인 야당대표의 범죄사실이 국회에서 적나라하게 보고되기 때문에 이는 큰 파장이 예고되어 있다. 종편의 패널과 유튜브 등 SNS에서는 수많은 얘기가 오고 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밝혀진 범죄사실이 단순히 정치탄압이 아닌 범법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미 많은 연루자가 구속기소 되어 있어서 손바닥으로 하늘가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국민은 조그만 범죄 사실만 드러나도 경찰과 검찰을 오가며 밤잠을 못 이룬다. 도로교통법을 어겨도 범칙금이 날아들어 내지 않을 수 없다. 길거리 포장마차나 해안 국립공원 지역의 상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른바 별을 단 사람들이 많다. 그것이 바로 법대로 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선출직 공무원보다 상위 개념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할 뿐이지 국민보다 위에서 군림하고 불법행위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대상이다. 부정부패와 탐관오리는 공공의 적이다. 당리당락만을 생각하며 범법 의혹을 불체포특권으로 막아서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볼려야 볼 수 없는 중대사안이다.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게 합당한 처분 절차가 준수되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직 국회의원들이 공천문제로 좌고우면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너무나 중요한 입법기관이다. 찬성이 됐건 반대가 됐건 정의로운 판단과 올바른 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권을 내려놓고 국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 혁신과 변화가 절실하다. 나라를 온통 뒤집어놓는 소모적 논쟁이나 불법행위에 우리의 시각이 계속 머물며 과거 속에서만 살 수 없다. 죄 지은 자는 국회의원이건 누구건 감옥에 가야 하지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죄가 없다면 얼굴을 들고 당당하게 살아가면 된다. 이번 사태는 모름지기 이화부정관(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쓰지 말라)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위정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몸가짐 마음가짐을 늘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여기에다 "불체포특권은 누구를 위한 특권인가?"란 물음에 21대 국회는 명쾌하게 답해야 할 역사적 소명도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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