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드디어 마스크를 벗는 날이 왔다. 코로나 19 사태 3년을 맞는 지난 20일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실내마스크 의무해제 시기를 발표했다. 30일부터다. 지난해 9월 26일부터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해제된 데 이어 실내마스크도 의무도 해제됐다. 의료기관과 약국, 감염취약시설, 대중교통을 제외한 장소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했다. 이 장소를 제외하고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어기면 부과했던 10만 원의 과태료도 폐지된다. 지난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 의무 도입 이후 27개월 만이다.

일상생활을 제약했던 모든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신호탄이다. 지긋지긋한 마스크 쓰기로 답답한 일상을 보낸 나날이다. 코로나 19의 공포로 운동할 때도 공부할 때도 3년간 마스크를 써 온 세월은 참으로 곤욕스러운 것이었다. 어린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헬스장에서조차 땀에 젖은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는 답답함과 불편함을 겪어 왔다. 마스크로 인해 숨쉬기도 힘들었다. 여성들의 화장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해제에 맞춰 각 백화점에서도 화장품 판촉이 다시 시작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네 일상을 되찾게 되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했지만, 권고사항은 남아있다. 방역 당국은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사실상 완전한 해제는 아니다. 학교나 학원, 유치원, 어린이집 등지에서는 실내 착용이 해방되어 보다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병원, 요양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착용 의무해제에는 토씨가 달려있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 19 의심증상이 있거나 접촉하는 경우와 고위험군, 최근 2주 사이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3밀(3密=밀접·밀집·밀폐) 실내 환경, 함성·합창·대화 등 비말 생성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한다는 조건부다. 해제는 했지만 완전한 해방은 아니다.

사실 실내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긴 나라가 많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헝가리, 네덜란드, 덴마크,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의 나라가 이미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고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학교,병원 등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다만 호주와 싱가폴, 대만, 그리스, 독일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대중교통이나 병원 등지에서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나라마다 마스크 착용이 다소 다르다. 요양시설이나 고위험군이 머무는 장소와 대중교통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의무사항이다. 다만 운동시설과 직장, 학교, 학원 등 대부분 실내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코로나 발생 3년 만에 취해진 이번 조치는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마스크 대란을 거쳐 의무착용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마스크 진통도 무수히 겪어 왔다. 지금은 마스크에 관한 한 생산품이 넘쳐 불편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조치로 코로나 19사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데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물론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에는 9,217명까지 떨어졌다가 26일 3만 5,086명이 발생하는 등 주간 평균 2만1,14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아직도 2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진자가 이미 3천만 명을 넘어섰다. 감염 우려는 여전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학원 등지의 밀집 공간에서 여전히 감염 우려도 제기된다. 기대 반 우려 반이 교차되는 대목이다.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이후 상황 전개가 주목된다.

실외마스크를 착용 의무가 전면해제가 된 이후에도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쓰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 그만큼 버릇처럼 일상화된 느낌이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금방 버스를 타야 하고 지하철을 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스크지참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실내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 시중에서는 큰 변화는 당장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깊은 심호흡을 하면서 예전처럼 살고 싶지만, 아직도 코로나 세상을 끝나지 않았다. 단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갖는 심리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점이다. 3년의 긴 세월이나 얼굴을 가리고 반쪽 세상을 살아온 우리 일상이 다소나마 경직성을 벗어날 수 있어 다행이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어 좋다. 어린이들이 얼마나 답답한 나날을 보내왔는지 부모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고는 하지만 이제 말 그대로 코로나와 함께하는 ‘WITH COVID-19 시대’를 맞은 듯하다. 드디어 자유롭게 마스크를 벗고 밝고 맑은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일상을 되찾았다. 마스크 벗은 사진도 마음껏 찍을 수 있다. 경제 활력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차원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해제가 갖는 긍정의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