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어린이들의 동화책에도 ‘양치기 소년’으로 잘 알려진 그리스의 이솝우화가 담겨 있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풍자와 교훈으로 가장 손꼽히는 이야기다. 쉽고도 흥미를 더한다. 장난삼아 주변을 골탕 먹이기를 좋아하던 양치기 소년을 통해 거짓말을 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고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다주는지를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양치기 소년은 한가로움을 달래기 위해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자 마을 어른들이 달려왔으나 거짓말이었고, 재미를 느낀 소년은 또 한 번 늑대가 나타났다고 했고 사람들이 달려왔지만, 또다시 거짓말에 속고 말았다. 이번에는 진짜 늑대가 나타나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쳤지만, 마을 사람들은 거짓말이라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결국 양들은 늑대의 밥이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무려 약 2500년 전의 그리스에서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가 정리되어 이런 이솝의 우화를 탄생시켰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거짓말이 나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 양치기 소년 우화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올바르게 살라는 뜻이지만 아이보다 어른들이 거짓말을 더 잘하는 것이 문제다. 특히 사회지도층들이 악의적인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소설책 쓰듯이 꾸며대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정신 분야에서는 자기가 꾸며낸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을 ‘공상허언증’이라고 하는데 이런 증상의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을 왜곡해 거짓말을 하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악의적이 아닐 수 없다. 작은 거짓이 큰 거짓을 낳고 악의적인 거짓으로 둔갑하고 양치기 소년처럼 거리낌 없이 반복되고 있다.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좀먹고 그 폐해가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와 유사하다. 모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대통령과 법부무 장관의 심야 황당 술 파티의 이야기가 그렇다. 당사자들은 물론 제삼자들도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던져 파문이 큰 것이다. 문제는 이 국회의원은 벌써 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하여 두 번이나 거짓말을 한 과거 전력이 있고 이번이 세 번째라는 점이다. 이는 면책특권이 될 수 없다며 시민단체가 고발해 그 진위가 밝혀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에도 황당한 거짓말로 판명된다면 그 결과는 단순치 않을 것 같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이 정당하다는 듯 주장하고 있으니 이 또한 헷갈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조속히 그 결론을 내려야 한다. 황당한 이야기에 국민이 오히려 분노하고 있다. 양치기 소년을 방불케 하는 허구 줄거리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정권에 타격을 주고자 하는 악의적인 음모가 숨어있다면 이는 철퇴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이 무겁다. 공상허언증의 심리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절실하다. 이런 인물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 국회에서 국정을 다룬다는 것이 불행이고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짓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사실과 어긋난 것이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을 일컫는다. 또한 이치(二値) 논리에서 진릿값의 하나로 명제가 진리가 아닌 것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가짜를 말한다. 선과 악을 논한다면 악에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나쁜 것이다. 성경에도 거짓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거짓 행위를 삼가도록 규정하고 이를 매우 악한 것으로 간주한다. 거짓이 올바르지 않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라고 가르치는 부모가 있다면 이는 정상이 아니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거짓이나 과장된 것을 말하는 것은 성실치 못한 행위로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명분상으로는 ‘정직하게 사는’ 것이 선이라고 한다면 거짓말을 둘러싼 무수한 이야기들은 ‘정직하게 살지 못하는’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거짓으로 남을 등쳐먹고 사기를 치며 이웃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태는 곧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거짓이 곧 범죄라고 한다면 악의적인 거짓말이 결코 단순 사안이 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재판장에서도 거짓 증언을 엄히 다스리고 있다. 사실처럼 꾸몄다고 그것이 곧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들통이 나게 되고 이른바 개망신을 자초하는 것이 곧 거짓이다.
기소된 국회의원들이 마치 탄압을 받는 것처럼 둘러대는 것도 일종의 거짓이다. 지금 내로라하는 국회의원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기소가 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마치 피해자 흉내를 내고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을 말하고 있다. 만일 검찰과 경찰이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을 수사한다면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경찰과 검찰이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거짓을 말하고 상대를 음해하는 악질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면 이는 단죄되어 마땅하다. 범죄행각에 대한 거짓이 폭로될 때마다 국민은 경악하고 있다. 길길이 뛰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억울하게 탄압을 받고 있다는 식이니 참으로 가소롭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있으니 양치기 소년이 이제는 한두 명이 아닌 것 같아 나라가 걱정이다. 모든 범죄행각과 황당한 거짓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자들을 단죄하여야 한다. 거짓으로 포장된 국회의원이나 정치지도자, 사회지도층은 국민 앞에 나설 자격이 없다. 양치기 소년처럼 국민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공인으로서 거짓을 말하는 자는 공공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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