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대한민국의 공직자들은 국민 앞에 나서면 기본적으로 윤리강령을 준수하도록 되어 있다. 공무원은 물론 법관, 기자, 정당인 등에 이르기까지 윤리강령을 준수하도록 명시하여 이를 윤리의식과 도덕적 기준을 삼고 있다. 이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청렴한 공직사회 풍토를 조성하여 국민을 위해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바르게 일하라고 하는 지침서에 다름 아니다. 기자들도 취재활동으로 얻은 정보를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고 공인으로서 윤리, 도덕적 규범에 벗어난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윤리강령이 있다. 입법과 사법, 행정 등 그 어느 부처에서도 윤리강령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청렴하고 올바른 공직자상을 정립하여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공인이자 선출직 공무원, 국회의원, 정당인 등 모두가 대상이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강조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부패하고 타락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그래서 부정부패하고 시정잡배와 같은 그릇된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은 인물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마추어 정치인들이 무슨 개그대회를 열었나 싶을 정도로 수준이하의 상황극을 연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들어섰지만 정치만은 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방죽을 흐리게 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여당의 전임 대표라는 젊은 정치인이 보여주는 작태는 한마디로 목불인견이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이야기인지 알다가 모를 지경이다. 이곳저곳 온갖 신문방송을 찾아다니며 갖은 변명과 험담, 궤변으로 연일 쌈판을 벌이고 있다. 자기주장만 늘어놓고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성상납의혹 등을 질문하면 대부분 딴전을 피우고 있다. 윤리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에는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하면서 대통령을 포함하여 자기 당의 반대세력들에게는 가혹하리만큼 몰아세우고 있다. 그것도 지나간 일들을 늘어놓으며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형국이다. 과연 이런 정치인이 그리는 대한민국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교도소에 들어앉아 있는 사람은 이 인물에게 성상납을 했다는지 접대를 했었다느니 하면서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도 동문서답이나 하며 좌충우돌하면서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을 내며 마치 정의로운 사람인양 국민을 향해 온갖 교언영색을 쏟아놓고 있다. 추잡한 싸움과 언행에 국민들은 이미 식상해 있다. 지금까지 이런 정치풍토는 없었다. 정치인의 이중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작당 정치인들은 하루속히 정치판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자칫 국민 불행의 단초가 되고 대한민국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법카문제, 대장동문제, 변호사비 대납문제 등 온갖 불법 비리 사건이 눈만 뜨면 속보로 전해지고 있다. 어느 것은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다고 하는데도 아직도 ‘수사 중’이다. 일반 서민 같았으면 벌써 교도소에 들어앉아 있을 사안인데도 그렇다. 권력자들에게는 약한 법인지 아니면 철저한 수사를 위해 신중한 처리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야기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를 둘러싼 수사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정국은 또 한 차례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문제는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공권력이 나서서 올가미를 씌우고 있느냐는 점이다. 우리 속담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느냐’는 말이 있다. 이것저것 드러나는 것은 보면 단순사안은 분명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다. 주변 인물들은 이미 감옥에 들어앉아 있거나 해외로 나갔다. 상황논리로 보아도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일부는 세상을 떴다. 어쩌다가 대한민국 정치판이 이 모양 이 꼴로 본질을 벗어나 추한 문제로 소모적인 나날을 보내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치혐오증만 날로 심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월성원전 조기폐쇄문제와 탈북어민 강제북송의혹 등과 관련해서 전 정권의 청와대의 의사결정과정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분명 무엇인가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30년 이후에나 들여다볼 수 있다는 문건을 고등법원의 영장을 받아 전격 압수수색하는 것을 보면 결코 단순치 않은 사안임이 분명하다. 범법과 불법사실이 있다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정치탄압이니 뭐니 하면서 허튼 수작을 부리는 세력들이 존재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에서 적폐 척결대상 1호임을 자임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보고 시점 조작혐의와 관련 전 정권의 비서실장 등 3명이 대법원의 무죄취지파기 환송, 무죄확정의 판결을 받았다. 이는 적폐몰이에 억울한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법 앞에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 권력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무죄인데도 오랫동안 고통을 받는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불법행위자들을 눈감아주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특히 권력자들은 가중 처벌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들이 옥고를 치렀거나 치르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다. 법 앞에는 예외가 없다. 법대로 하면 된다. 윤리강령은커녕 인권을 유린하고 잔혹한 범죄행위까지 저질렀다면 이에 상응한 법적 처벌을 그 누구도 받아야 한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누가 범법자들인지를 말이다.

이런 저간의 문제는 공인의 윤리의식이나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된다. 국민을 무서워하고 국민을 위해 청렴하게 봉사 헌신하고자 하는 의식이 결여된 때문이다. 권력자로서 국민위에 군림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세월을 보낸 탓이다. 국민을 한순간 속일 수 있지만 준엄한 역사는 결코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한 모습들은 자라나는 후대들이 보고 배워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기성세대들의 자성과 각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청년정치를 부르짖으며 나선 설익은 인물들의 추태 또한 ‘아니올시다’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치권의 추태는 공인의 윤리의식과 도덕불감증, 탐욕과 교만이 불러오는 술수정치의 산물로 척결되어야 할 적폐 중에 적폐임이 분명하다. 올바르지 못한 정신과 그릇된 윤리의식으로 이중성을 보이는 공인들의 각성은 당연하다. 나아가 이런 인물들은 하루속히 국민 앞에서 사라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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