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 논설고문

115년 만에 중부지방 일대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7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도로와 지하철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발생해 재산피해도 컸다. 서울 강남일대는 물바다를 이뤘다. 참으로 황당한 사태를 빚었다. 강남역을 중심으로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배수시설로 인해 물이 빠지지 않고 역류를 하다 보니 도로가 물바다를 이룬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중국이나 일본의 집중호우에 대한 피해가 남의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들렸지만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한마디로 물 폭탄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강원도 쪽에서도 커다란 돌덩어리가 마치 종이배처럼 급류에 흘러갈 정도였다. 반지하나 맨홀에서 황당한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도 더했다. 강남에는 시간 당 140밀리의 비가 쏟아졌다. 홍수피해가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대전과 청주, 군산까지 물난리를 겪었다. 이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확인했다. 준비를 미리 해 두면 근심걱정이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가 없다면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에 물바다를 이룬 강남 침수원인에는 빗물터널이 6개에서 1개로 축소되고 빗물펌프장도 집값이 떨어진다며 유야무야됨에 따라 기반을 다져놓지 못한 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유비무환을 생각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한 것에 다름 아니다. 행정기관이나 주민들 모두가 이처럼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1년에도 똑같은 침수가 있었는데 알면서도 피해를 당한 것이다. 강남역 일대는 상습적인 침수구역으로 지목되고 있는데도 개선은커녕 속수무책으로 침수피해를 당했다. 이런 물난리는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주택 상가 침수피해만도 3,819채로 집계되고 차량도 6,000여대가 침수됐다. 피해자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이다. 집중호우는 수도권에 집중되긴 했지만 강원도 충북일대에도 수마를 남겼다. 홍수에 대비하는 자세가 자칫 요식행위에 그친 채 안일하게 대처해 온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서울의 강남이 10년의 허송세월을 한 것을 보면 안전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안전대책예산을 무책임하게 잘라 다른 곳으로 전용하는 우를 범해 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과 중국에서 물난리를 겪고 심지어 베트남 하노이도 36년 만에 최대 강우량을 기록하며 물난리를 겪었다. 필리핀 세부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을 보면 동남아시아 전 지역에서 위아래를 오가면서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는 앞으로 유사한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고편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8호 태풍까지 일본을 향하고 있다. 또다시 집중호우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려되는 것은 기록적인 물 폭탄으로 약해진 지반으로 인해 다시 폭우가 쏟아질 경우 연쇄적인 산사태나 붕괴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취약지역을 다시 점검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방심을 하거나 만심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이런 점에서 유비무환 자세의 중요성과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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